“온통 양아치 흥정이 판을 친다. 50 대 50 가상 양자대결은 양심을 버린 쪽이 이기는 악마의 선택이다. 안철수가 틀렸다.”
민주통합당 한정애 의원과 배재정 의원이 각각 지난달 중순 리트윗(RT·자신이 본 트윗을 타인에게 보라고 추천하는 것)했던 글이다. 그러나 지난달 23일 오후 8시 20분 안철수 전 대선후보가 후보 사퇴를 선언하자 이들은 트윗을 즉각 지웠다. ‘어제의 적’이 ‘우리 편’이 되자 비판 흔적을 지우고 나선 것. 이낙연 민주당 의원의 트위터에선 “안철수에게 다 내놔야 하는 운명인 걸 어쩌겠나”라는 이전의 리트윗 메시지가 지워지고 “안철수님,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십니다. 제 생각이 모자랐습니다”라는 새 글이 올라왔다.
이들의 트윗은 트위터에선 지워졌지만 ‘폴리트웁스(Politwoops)’ 한국 사이트에는 그대로 남아있다. 폴리트웁스는 정치인의 무책임한 비방 글을 감시하고 유권자의 알 권리를 넓히기 위해 동아일보와 네덜란드의 비영리재단 ‘오픈스테이트’가 지난달 10일 함께 개설한 사이트다.
폴리트웁스가 문을 연 후 막말을 마구 올린 뒤 슬그머니 지우는 행태와 유언비어 트윗은 눈에 띄게 줄었다. 19대 국회의원과 광역자치단체장, 주요 대선후보 등 291명이 썼다 지운 트윗 건수는 지난달 10일 본보 보도 이후 하루 평균 36건으로 이전(하루 평균 19건)보다 늘어났다. 하지만 이 중 막말 및 유언비어 트윗의 비율은 폴리트웁스 개설 전 1%에서 개설 후엔 0.3%로 크게 줄었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은 논란이 우려되는 트윗을 올렸다가 슬그머니 지우는 행태를 여전히 보였다.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은 지난달 16일 문재인 민주당 후보를 “양아치 후보”라고 지칭한 한 이용자의 트윗을 리트윗했다가 하루 뒤 지웠다. 이 의원실은 “실수로 리트윗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근혜 빅엿’ 트윗을 남겼던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이달 3일에도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가 문 후보의 트윗에 ‘좌빨(진보 진영을 얕잡아 부르는 말) ××들아 공부나 해라’라고 남겼다”는 한 이용자의 트윗을 리트윗했다가 6분 만에 지웠다. 이 전 대표를 사칭한 이용자가 남긴 트윗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뒤에도 해명 한 줄 남기지 않았다.
권상희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정치인이 ‘지우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책임 있게 다루기 시작했다”며 “시민들도 그들의 트윗을 감시해 바람직하지 않은 행태를 정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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