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유창한 관람객 참견에… 외국어해설은 외국인에게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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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움미술관 전시작품 해설
자원봉사자 영어해설 듣다가 실수하면 “틀린영어” 꼬집어

“죄송하지만 내국인은 영어 전시안내를 들을 수 없습니다.”

회사원 김민선(가명·29) 씨는 최근 삼성미술관 리움에 상설전시를 보러 갔다가 마침 로비에서 영어 전시안내가 시작된다는 공지를 들었다. 한국어 전시안내 시간은 이미 지난 뒤여서 영어로라도 듣기 위해 외국인 관람객들과 모여 있는 해설사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영어 전시안내를 들을 수 없었다.

국내 주요 박물관들은 내국인을 위한 전시해설과 별도로 외국인 관람객을 위해 영어 일본어 중국어 프랑스어 등 외국어 전시해설 시간을 마련해놓고 있다. 신분증 검사처럼 엄격한 확인 절차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국인은 외국어 전시해설을 들을 수 없게 제한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 홈페이지에는 ‘외국어 전시해설은 외국인 관람객에 한합니다’라는 문구가 씌어있다.

내국인의 영어 전시해설 참여를 막는 것은 한국의 유별난 교육열 때문이라는 게 박물관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그룹을 지어 현장학습을 오거나 아예 사설 영어학원의 주도로 단체로 박물관에 온 초등학생들이 영어 전시해설을 듣는 일이 종종 있다는 것. 박물관 설명도 듣고 영어 듣기연습까지 하려는 것이다.

한 박물관 관계자는 “공공 서비스를 영어교육에 활용하려는 일부 관람객 때문에 정작 외국인에게 전시를 알리는 데 방해를 받아 제한을 두게 됐다”고 말했다.

영어 해설사는 주로 외국에서 공부나 업무상 체류한 경험이 있는 한국인으로, 본업은 따로 있으면서 박물관에서 무보수로 자원봉사를 한다. 이들은 유창한 영어를 하지만 원어민이 아니다 보니 가끔 실수를 할 때도 있다.

또 다른 박물관 관계자는 “외국인 관람객들은 해설사가 한국인임을 감안해 간혹 영어가 틀리더라도 이해하는데 오히려 영어에 자신 있는 한국인 관람객들이 이를 지적해 해설사를 곤혹스럽게 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귀띔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박물관#관람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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