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감도장 없이 서명만으로도 부동산 거래를 할 수 있는 요즘에도 나랏일을 처리하는 데는 도장이 필요하다. 바로 ‘국새’다. ‘대한민국’ 네 글자가 들어간 국새는 여전히 외교문서 등 주요 문서에 국가 상징으로 쓰인다.
우리나라 국새는 굴곡 많았던 우리 현대사처럼 운명도 순탄치 않았다. 첫 국새는 행방이 묘연하고, 3대는 금이 갔고, 4대는 제작 사기에 휘말렸다.
행정안전부는 국새에 얽힌 뒷얘기와 현 국새인 5대 국새 제작 과정을 담은 국새백서를 발간했다고 16일 밝혔다. 1대 국새는 1949년 5월 5일∼1962년 12월 31일 사용됐다. 면적은 가로세로 6.06cm로 은으로 제작됐고, 한자 전서체로 ‘大韓民國之璽(대한민국지새)’라고 새겼다. 1965∼1966년경 홀연히 사라져 아무도 행방을 모른다.
국새에 ‘대한민국’을 한글로 새긴 것은 1963년 1월 1일부터 1999년 1월 31일까지 사용된 제2대 국새부터. 하지만 한자 전서체를 모방했고, 거북 모양의 인뉴(손잡이)가 사대주의를 내포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조선은 중국과의 외교문서에는 중국에서 받은 옥새를 사용했는데, 중국은 변방 제후들에게 도장을 내릴 때 손잡이 상징물로 복종을 의미하는 거북을 주로 새겨 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수립 50주년을 맞아 제작된 제3대 국새는 미세한 균열이 발생해 채 10년도 못 썼다. 2008년부터 사용된 제4대 국새는 전통 방식이 아닌 현대적인 방식으로 제작됐지만 만들고 남은 금의 행방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10월 25일부터 사용 중인 제5대 국새는 가로 세로 높이 각 10.4cm, 무게 3.38kg으로 이제까지 제작된 국새 중 가장 크다. 인뉴에는 봉황 한 쌍과 무궁화를 조각해 넣었고, ‘대한민국’ 글꼴은 훈민정음 해례본을 따랐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