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소속 한국인 직원 4명의 피랍사건이 발생한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으로 석유를 둘러싼 무력충돌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니제르델타해방운동(MEND) 같은 반군의 테러와 납치사건도 빈번하게 발생해 왔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바옐사 주가 위치한 남부 니제르델타 지역에서만 2006년 이후 외국인 납치사건이 20차례 이상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인 납치사건은 이번 사건을 포함해 2006년 이후 모두 5건이 발생했다. 앞서 발생한 4건은 모두 대우건설 소속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벌어졌고 석방 교섭 등을 통해 모두 일주일 안에 해결됐다. 2006년 6월 포트 하코트 내 건설현장에서 무장단체에 납치됐던 대우건설 소속 직원 5명은 단 하루 만에 풀려났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현지 부족들이 근로자를 납치한 뒤 마을의 공동화장실이나 학교를 지어 달라는 식의 구체적인 요구를 했고 그 요구가 받아들여지자마자 인질들을 풀어줬다”며 “몸값을 현금으로 지불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지 부족이 아닌 무장반군이나 정체가 불명확한 무장단체의 경우에는 미국인, 터키인 등을 납치해 거액의 몸값을 받아낸 사례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8월에는 무장괴한들이 니제르델타 앞바다에서 한 원유생산 지원업체 소속 바지선을 습격해 외국인들을 납치하는 과정에서 현지인 2명을 살해하기도 했다. 이달 초에는 나이지리아 재무장관의 80대 노모가 납치됐다가 5일 만에 풀려나기도 했다.
외교통상부와 주나이지리아 대사관은 사건 발생 직후 비상대책반을 구성해 나이지리아 외교부와 치안당국, 주 정부 등과 접촉하며 대책을 협의하고 있다. 외교부는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청사에서 관련 부처 대책회의를 열고 향후 대처 방향을 논의했다. 일단 납치범들과 연락이 닿은 만큼 앞으로 이들이 내놓을 요구조건 등을 검토해 대응할 방침이다. 조태영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과거 나이지리아에서 발생한 납치사건들에 비춰 볼 때 이번 사건이 정치적인 동기에서 벌어졌을 가능성이 커 보이지는 않는다”며 “납치된 분들이 가능한 한 빨리 무사히 귀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도 울산 본사에 긴급대책상황실을 설치해 긴급회의를 열었고 회사 관계자를 현지에 급파하기로 하는 등 창사 이래 처음 발생한 피랍사건의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납치된 4명은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플랜트본부 소속으로 지난해 나이지리아 바옐사 주와 양해각서(MOU)를 맺은 현지 플랜트 설비공장 건설의 본계약 체결을 준비하기 위해 파견됐다. 나이지리아 브라스 섬에서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 건설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으며 현대중공업도 수주전에 참여하고 있다. 나이지리아에 파견된 현대중공업 직원은 38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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