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바우 영감’ 원화 문화재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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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21일 03시 00분


1955∼1980년 본보 연재 인기 네컷 만화

문화재로 등록 예고된 ‘고바우 영감’ 원화의 본사 소장본. 본보 1966년 8월 1일자에 실렸다. 동아일보DB
문화재로 등록 예고된 ‘고바우 영감’ 원화의 본사 소장본. 본보 1966년 8월 1일자에 실렸다. 동아일보DB
일반 가정의 변소를 치우는 인부들이 대통령 관저의 변소를 치우는 인부를 만나 “귀하신 몸 행차하시나이까” 하며 90도로 절하는 내용의 네 컷 만화. 본보 1958년 1월 23일자에 실린 김성환 화백(80)의 ‘고바우 영감’은 신문 만화로는 처음으로 ‘허위 보도’라는 이유로 이승만 정권의 제재를 받았다.

뭉툭한 코, 납작 머리에 머리카락 한 올, 깐깐하면서도 친근한 ‘고바우 영감’은 외모와는 달리 부당한 권력엔 깐깐하고 날카로웠다. 그의 촌철살인은 억압의 시대를 살아가던 독자들에게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쾌감을 선사했다.

이런 ‘고바우 영감’의 원화(原畵)가 문화재로 등록된다. 문화재청은 20일 ‘고바우 영감’을 비롯해 김용환 화백(1912∼1998)의 ‘토끼와 원숭이’, 김종래 화백(1927∼2001)의 ‘엄마 찾아 삼만리’ 등 근대 만화 3건의 원화를 문화재로 등록 예고했다. 근대 만화의 문화재 등록 예고는 이번이 처음이다.

‘고바우 영감’은 1950년부터 ‘사병만화’ ‘만화신문’ 등 기관지와 ‘월간희망’에 수록되다 1955년부터 1980년까지 본보에 연재되며 널리 인기를 얻었다. 이후 조선일보 문화일보 등에 연재되다 2000년 9월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연재 횟수가 1만4139회로 한국 최장수 시사만화다.

이 중 김 화백이 소장한 ‘고바우 영감’ 원화 6496장과 본사가 소장한 4247장을 더해 총 1만743장이 문화재로 등록 예고됐다. 원화는 최고급 양지에 묵으로 그렸으며, 철장(綴裝)과 낱장 그리고 병풍 등의 형태로 보관돼 있다. 문화재청은 “국내 최장수 연재 시사만화로 작품과 캐릭터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고, 현대사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학술적 사료적 가치를 지닌다”고 밝혔다.

‘토끼와 원숭이’는 아동문학가 마해송(1905∼1966)의 원작을 김용환 화백이 그린 것이고, ‘엄마 찾아 삼만리’는 김종래 화백이 1958년 발표한 고전 사극 만화의 원그림이다. 문화재청은 앞으로 한 달간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 원화들의 문화재 등록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고바우 영감#문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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