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가정의 변소를 치우는 인부들이 대통령 관저의 변소를 치우는 인부를 만나 “귀하신 몸 행차하시나이까” 하며 90도로 절하는 내용의 네 컷 만화. 본보 1958년 1월 23일자에 실린 김성환 화백(80)의 ‘고바우 영감’은 신문 만화로는 처음으로 ‘허위 보도’라는 이유로 이승만 정권의 제재를 받았다.
뭉툭한 코, 납작 머리에 머리카락 한 올, 깐깐하면서도 친근한 ‘고바우 영감’은 외모와는 달리 부당한 권력엔 깐깐하고 날카로웠다. 그의 촌철살인은 억압의 시대를 살아가던 독자들에게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쾌감을 선사했다.
이런 ‘고바우 영감’의 원화(原畵)가 문화재로 등록된다. 문화재청은 20일 ‘고바우 영감’을 비롯해 김용환 화백(1912∼1998)의 ‘토끼와 원숭이’, 김종래 화백(1927∼2001)의 ‘엄마 찾아 삼만리’ 등 근대 만화 3건의 원화를 문화재로 등록 예고했다. 근대 만화의 문화재 등록 예고는 이번이 처음이다.
‘고바우 영감’은 1950년부터 ‘사병만화’ ‘만화신문’ 등 기관지와 ‘월간희망’에 수록되다 1955년부터 1980년까지 본보에 연재되며 널리 인기를 얻었다. 이후 조선일보 문화일보 등에 연재되다 2000년 9월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연재 횟수가 1만4139회로 한국 최장수 시사만화다.
이 중 김 화백이 소장한 ‘고바우 영감’ 원화 6496장과 본사가 소장한 4247장을 더해 총 1만743장이 문화재로 등록 예고됐다. 원화는 최고급 양지에 묵으로 그렸으며, 철장(綴裝)과 낱장 그리고 병풍 등의 형태로 보관돼 있다. 문화재청은 “국내 최장수 연재 시사만화로 작품과 캐릭터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고, 현대사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학술적 사료적 가치를 지닌다”고 밝혔다.
‘토끼와 원숭이’는 아동문학가 마해송(1905∼1966)의 원작을 김용환 화백이 그린 것이고, ‘엄마 찾아 삼만리’는 김종래 화백이 1958년 발표한 고전 사극 만화의 원그림이다. 문화재청은 앞으로 한 달간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 원화들의 문화재 등록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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