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과당 보조금 경쟁을 벌인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가 방송통신위원회에서 20∼24일간 영업정지와 119억 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이통사들은 내년 초 성수기인 졸업과 입학 시즌에 돌아가며 20여 일간 영업을 하지 못하게 됐다. 거듭된 경고를 무시한 이통사들의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
이통사와 판매 대리점은 경쟁사 가입자를 한 명이라도 더 끌어와 최대한 오래 묶어두고 비싼 정액 요금제를 부과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영업방식을 쓰고 있다. 이통 3사는 2008년 이후 시장이 포화된 상태에서 경쟁사 가입자를 빼앗기 위한 이른바 ‘보조금 전쟁’을 벌였다. 이들 3개 회사가 2011년 한 해 동안 투입한 단말기 보조금만 2조 원에 이른다. 올해도 출고가 90만 원대인 ‘갤럭시S3’ 단말기를 17만 원 선까지 떨어뜨렸다. 이렇게 들어간 보조금은 가입자의 요금청구서에 어떤 식으로든 반영된다. 보조금이 있으니 휴대전화 제조회사는 값싼 단말기를 시장에 내놓는 일을 외면하게 된다. 잦은 단말기 교체는 가계의 부담과 국가적인 자원 낭비로 이어진다. 월평균 가계통신비는 2003년 가구당 11만 원대에서 올해 3분기 15만5000원으로 늘었다.
이명박 정부는 통신료 인하를 공언했지만 ‘기본요금 1000원 인하’와 ‘문자메시지 50통 추가’라는 미미한 성과에 그쳤다. 기업에 정치적인 압력을 가해 단번에 통신비를 내리겠다는 접근방식은 시장에서 먹혀들지 않았다. 통신 시장의 경쟁 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꿔 보조금이 아닌 요금 콘텐츠 품질 서비스로 경쟁하게 만들어야 소비자 부담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소비자들이 저렴한 단말기를 이용하도록 길을 넓혀주고 이용 패턴에 따라 다양한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게 기회를 늘려주는 일이 중요하다. 이통 3사의 과점체제를 깨기 위해 이동통신재판매(MVNO) 사업자와 같은 경쟁 촉매 기업이 자리를 잡도록 시장 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
일부 이통사 대리점들은 방통위의 징계가 시작되기 전에 최대한 신규 가입자를 끌어오기 위해 또 한번 판촉전을 벌일 기세다. 이통 3사는 통신 인프라와 서비스 투자를 늘리고 다양한 요금제와 저렴한 단말기를 내놓아 소비자의 선택권을 강화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득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고객의 만족도와 충성도를 높이는 질적 경쟁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출혈경쟁과 규제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