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란 다리와 집게가 먹음직스럽지만 생긴 것은 솔직히 별로다. 하지만 추운 겨울만 되면 하얀 속살과 게장을 절로 떠오르게 할 만큼 쫄깃하고 부드러운 맛은 미식가들의 군침을 삼키게 할 정도로 자랑거리다. 바로 그 ‘대게’의 제철이 돌아왔다.
요즘 경북 영덕군 강구면 강구항은 대게를 맛보려는 관광객들로 넘친다. 강구대게거리(강구1∼4리)에 늘어선 음식점 200여 곳의 찜통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 김과 대게가 익어가는 구수한 냄새는 누구라도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대게는 산지에서 즐겨야 제맛이 난다. 유통과정에 이동거리가 멀거나 수족관에 오래 두면 게가 스트레스를 받아 살이 줄어들기 때문. 대게 철만 되면 이곳 음식점들은 하루 평균 300만 원, 주말에는 1000만 원 이상 매출을 올린다. 상당수가 대게 맛을 잊지 못해 매년 찾는 단골손님이다. 이곳에서 13년째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성식 대표(42)는 “영덕대게는 다른 지역보다 살이 차고 맛이 좋아 명성이 높다”며 “지금부터가 맛 좋은 대게를 즐길 수 있는 가장 좋은 때”라고 말했다.
대게는 날이 추울수록 살이 오른다.
수온이 올라가는 5월이 되면 바다 밑 갯벌을 파고 속으로 들어가 버리기 때문에 대게 잡이는 금어기(禁漁期)가 끝나는 12월부터 내년 4월까지만 이뤄진다. 이 기간에도 12월 말부터 2월까지 잡히는 대게가 다리와 등딱지가 단단해지고 살이 오동통하게 올라 맛이 가장 좋다.
대게는 흔히 알려진 것처럼 크기가 커서 생긴 이름이 아니라 길게 뻗은 다리가 마치 대나무처럼 이어졌다고 해서 붙여졌다. 대(大)게가 아니라 대(竹)게인 것이다. 찜과 회, 구이, 해물탕 등 다양한 요리로 활용 가능하다. 하지만 살 자체가 조미료를 능가하는 감칠맛을 지녔기 때문에 그냥 쪄서 먹는 것이 가장 좋다. 예전 문인들은 산해진미를 능가하는 맛이라고 비유했다. 다리 살은 맨 끝 마디를 부러뜨려 당기면 살 전체가 통째로 빠져나오는데 맛이 씹을수록 일품이다.
대게는 찌기 전에 숨을 끊어야 한다. 산 채로 찌면 다리가 떨어져 나가고 맛도 떨어지기 때문.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5∼20분 찌면 적당하다. 대게의 배는 반드시 위로 향하도록 해야 뜨거운 김이 들어가도 게장이 흘러나오지 않고 잘 익는다. 맛있게 찐 대게 등딱지에 참기름 몇 방울 떨어뜨리고 야채와 김, 따끈한 밥을 비벼먹는 게장이야말로 대게 맛의 백미다. 대게는 껍데기를 빼고 거의 다 먹을 수 있다.
좋은 대게는 같은 크기라도 무게가 더 나간다. 속이 살로 꽉 차 있다는 말이다. 배를 눌렀을 때는 단단해야 하고 다리는 하얀 빛깔이 아닌 붉은 기운이 돌면 품질이 우수하다. 몸에 견줘 긴 다리를 가진 것이 상품성이 좋은 것이다.
지역별로는 포항과 영덕 울진 울산 등에서 대게가 많이 잡힌다. 포항 구룡포항이 전국 대게 생산량의 54%를 차지한다. 대게 어획이 동해안에 집중되고 전국으로 팔려나가다 보니 영덕 울진 등 지자체들 사이에는 ‘원조’ 경쟁도 뜨겁다. 2000년 초반부터 서식 환경이 좋아져 대게 잡이가 늘어난 울산도 정자항 이름을 붙인 ‘정자대게’로 소비자 입맛을 잡고 있다. 각 지자체는 2, 3월경 대게 축제나 행사를 열어 맛과 명성을 홍보하고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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