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결혼한 자녀의 1차 부양의무자는 배우자”

아들 병원비 대신 내준 부모가 며느리에게 구상금 청구 가능
'부모는 2차 부양의무자' 명확히 규정 첫 판결

결혼한 아들의 병원비를 며느리가 내지 않아 부모가 대신 냈다면 며느리에게 병원비를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민일영)는 교통사고로 투병 중인 아들의 병원비를 부담한 정모 씨가 며느리 허모 씨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혼인한 자녀의 경우 자녀의 배우자가 1차 부양의무자이고 그 부모는 2차 부양의무자"라며 "1차 부양의무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2차 부양의무자보다 우선해 부양의무를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상대방이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만 부양료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라며 "혼인한 자녀의 부모가 자녀의 배우자를 상대로 부양료의 상환을 청구하는 것은 부양의무의 성질이나 형평상 부양료 상환을 허용해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만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원고 정 씨의 아들 안모 씨는 2006년 11월 교통사고로 수술을 받은 뒤 2009년 12월까지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안 씨의 병원비로 약 1억6400여만 원이 청구됐으나 아내인 허 씨는 이 돈을 내지 않았다.

그러자 안 씨의 어머니인 정 씨가 병원비를 부담했고, 정 씨는 며느리를 상대로 8400여만 원을 부담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정 씨가 아들을 위해 부담한 병원비는 자신의 부양의무를 이행한 것에 불과하고 허 씨의 의무를 대신해 이행한 것은 아니라며 정 씨의 청구를 기각했으며, 2심도 1심의 판결을 유지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혼인한 자녀의 경우 배우자가 1차 부양의무자이고 자녀의 부모는 2차 부양의무자라는 점을 처음으로 명확히 했다"며 이번 판결의 의의를 설명했다.

<동아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