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1일 오전 6시 4분 본회의를 열고 342조 원 규모의 올해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의 막판 충돌은 연례행사지만 해를 넘겨 예산안을 처리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여야는 전날 오후 예산안의 구체적인 금액까지 모두 합의하고도 제주해군기지 예산에 어떤 부대의견을 붙일지를 두고 밤을 새우며 싸우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강창희 국회의장 주재로 릴레이 협상을 4차례 벌였고 1일 오전 4시경 ‘70일 이내에 부대의견에 포함된 세 가지 조건을 이행하고 국회에 보고한 뒤 예산을 집행한다’는 문구를 추가하는 데 합의했다. 조건은 △군항 중심으로 운영될 것이란 우려 불식 △15만 t급 크루즈 선박의 입항 가능성 철저 검증 △항만관제권, 항만시설 유지·보수비용 등에 대한 협정서 체결이다.
여야는 이후 본회의를 열어 예산안을 통과시켰으나 합의처리임에도 41명이 반대, 30명이 기권하는 등 여진이 적지 않았다. 찬성은 202명이었다. 새누리당은 야당이 원내대표끼리 합의한 부대의견을 번복해 예산안 처리가 늦어졌다고 비판했고, 민주통합당은 여당이 ‘박근혜표 예산’을 일방적으로 반영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며 ‘네 탓’ 공방을 벌였다.
예산안이 늦게 통과되면 재정 집행이 늦어져 정부 지원이 시급한 서민들이 피해를 본다. 헌법은 이를 막기 위해 국회가 매년 12월 2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하도록 했다. 하지만 국회는 10년째 법정기한을 어겼을 뿐 아니라 민생과 관련이 적은 제주해군기지 논란으로 해를 넘기는 초유의 사태를 빚었다. 이 과정에서 여야는 11월 22일, 12월 2일, 12월 28일 합의처리 약속을 세 차례나 어겼다.
‘밥값을 하겠다’던 19대 국회의 약속이 허언으로 돌아간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여야는 지난해 8월 말까지 국정감사를 마치고 정기국회에서는 예산안과 법률안 심사에 집중하겠다며 법률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방탄국회 논란과 공방 속에 약속은 잊혀졌고 국감은 예년처럼 10월에 열렸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6월 불체포특권 포기 등 6대 특권 폐지 방안을 발표했고 민주당도 비슷한 방안을 내놨다. 여야는 11월 1일까지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약속했지만 법안은 아직까지 국회에서 잠을 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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