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일 대구시장은 2012년 12월 28일 집무실에서 가진 동아일보·채널A 공동인터뷰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이렇게 크면 절대로 선진국이 될 수 없다”며 “수도권은 갈수록 과밀화되고 비수도권은 점점 퇴보하면 과연 국가경쟁력을 어떻게 키울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터뷰는 권순활 채널A 보도본부 부본부장과 박성원 동아일보 정치부장이 진행했다.
―대구는 박근혜 당선인의 정치적 고향인데….
“대구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정치에 입문(1998년 국회의원 당선)한 인연으로 시민들의 자부심이 크다. 반듯한 대통령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 이심전심으로 많다. 당선인이 강조하는 대통합과 민생, 약속 이행 방향은 매우 좋다. 훌륭한 대통령이 되도록 열심히 뒷바라지하겠다.”
―투표율과 득표율이 모두 80%로 높았는데 지역주의 아닌가.
“당선인의 고향이라는 이유로 이렇게 높은 게 아니라고 본다. 지역주의는 점점 완화되고 있다. 4월 총선 때 김부겸 민주당 후보와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가 대구와 광주에서 출마해 40%가량 득표하지 않았나. 이번 대선에 대구시민들이 당선인에게 높은 지지를 보인 이유는 국가정체성에 큰 위기의식을 느꼈기 때문이다. 여당과 야당, 보수와 진보는 자유민주주의적 법치주의 토대 위에서 건강한 주장을 펼쳐야 한다. 이번 대선에서 야권은 그런 범위를 이탈해 국민에게 불안감을 심어줬다고 본다. 대구시민들은 당선인을 통해 국가정체성을 지키려고 한 것이지 지역연고에 따른 몰표라고 보기 어렵다.”
―당선인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중요하고도 어려운 5년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국가정체성이 혼란스럽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민이 불안해한다. 동시에 경제 성장이 안 되면 국정도 매우 어려워질 것이다. 대표적인 게 복지 분야다. 복지 확대는 찬성하지만 재원이 마련돼야 복지도 가능하다. 경제 성장이 디딤돌이 되도록 힘써야 한다.”
―TK(대구 경북)지역에서 다시 대통령이 배출됐는데 도움이 됐나.
“오히려 억울하다. 이명박 정부 동안 대구에 제대로 된 국책사업 하나 없었다. TK 출신이 정부나 청와대 인사에 포함되면 TK가 다 해먹는다, 독식이다 하면서 난리가 난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다. 대구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1500만 원 선으로 20년째 시도 가운데 꼴찌다. 이런 실정인데 또 TK, TK 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양극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은데….
“거의 구조화됐다. 수도권과 중앙정부가 지방 실정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사람과 돈, 정보, 생산 등 거의 모든 게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이건 99억 가진 사람이 1억을 더해 100억을 채우려는 욕심이나 마찬가지다. 수도권은 소프트웨어 산업 중심으로, 지방은 제조업 중심으로 만드는 큰 틀을 짜야 한다. 지방의 제조업을 위해서도 국제공항 같은 기반을 만들어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이런 기반이 없으니 기업도 지방을 꺼리지 않나. 다행히도 당선인이 지방 사정을 잘 알아 새로운 지방정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큰 갈등을 겪었던 신공항이 새 정부에서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영남권 1350만 인구를 포함해 남부권에 2000만 명이 살고 있다. 그런데도 군사공항뿐이지 허브(중심)공항이 없다. 이러니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도 심화되는 것 아닌가. 입지 선정은 정치적 고려 없이 국내외 전문가들이 결정하면 된다. 정치적 결정이 아니라 국가경쟁력을 위한 객관적 과정과 결정이라면 결과에 승복하겠다. 당선인도 이 같은 원칙이 철저한 것으로 안다.”
―팔공산 자락에 있는 K2 공군기지 이전은 어떻게 되고 있나.
“대구는 시가지 면적의 12%가 군 공항과 부대 등 군사 시설이고 면적의 30%가 고도제한에 걸려 있다. 그동안 시민들이 국방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인내해왔지만 K2 공군기지 소음피해는 더이상 견딜 수 없는 수준이다. 개발계획도 세우지 못한다. 아무리 애국심 높은 대구시민이라도 더는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다. 세계적인 투자가인 워런 버핏 회장이 K2 공항을 통해 대구에 두 번 왔는데 영접을 하면서 비행기 소음 때문에 대구에 투자해달라는 이야기를 못할 정도였다. 대체용지 확보와 이전 비용 등 난관이 있지만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으므로 진전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대구 지역 경제 전망은….
“대구 제조업의 상징인 섬유산업이 살아나고 있다. 첨단산업으로 진화 중이다. 자동차용 섬유 등 고급섬유로 도약이 한창이다. 패션산업과 연결해 대구 경제를 이끌 것이다. 첨단의료복합산업단지와 테크노폴리스 같은 주력 산업단지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10월에는 대구에서 에너지 올림픽인 세계에너지총회(WEC)가, 2015년에는 물 올림픽인 세계물포럼(WWF)이 열린다. 국가적인 행사여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계기인 만큼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