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2(2013)년 1월 5일 → 2013-01-05
사이트 개편 과정서 삭제… 정부 “의도적 변화로 봐야”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홈페이지를 개편하면서 ‘주체’ 연호를 삭제해 그 의도를 놓고 궁금증이 일고 있다. 5일 개편 이후 중앙통신 홈페이지는 날짜를 ‘2013-01-05’와 같이 표기하고 있다. 북한에서 날짜는 ‘주체 102(2013)년 1월 5일’ 형식으로 써야 한다. 개편 전까지 중앙통신도 이 표기법을 따랐다. 주체 연호는 김일성이 태어난 1912년을 원년으로 삼는 북한식 연도 표기법으로 1997년 채택됐다. 서기(西紀)를 병기할 수 있지만 서기만 써서는 안 된다.
정부 당국자는 “개편 이틀이 지나도록 수정하지 않는 걸 보면 실수가 아니라 의도적인 변화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통신은 노동당 선전선동부의 지시를 받으며 한국어를 비롯해 영어 일본어 중국어 스페인어로 발행돼 해외 독자를 상대한다. 대내용인 노동신문은 여전히 주체 연호를 쓰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홈페이지 개편 이후 ‘김일성 회고록’ ‘김정일 혁명활동’은 삭제되고 ‘김정은 혁명활동’만 게재되고 있다”며 “중앙통신 주체 연호가 없어진 것도 국제기준에 맞추라는 김정은의 지시에 따른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보당국 관계자도 “북한이 주체 연호를 포기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면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의 3대 혁명과 ‘김 씨 조선’ 정권이라는 기존 정통성 주장 방식에도 큰 변화가 오는 것”이라며 “최근 박근혜 당선인에 대한 화해 제스처와 관련 있는 조치인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통신은 과거에 없던 홈페이지 관리자 e메일을 kcna@gmail.com이라고 밝혔으나 이는 존재하지 않는 주소다. 이 주소로 메일을 보내면 반송된다. G메일 계정을 등록하려면 최소 6자리 ID가 필요하다. 하지만 에릭 슈밋 구글 회장의 방북이 임박한 가운데 구글이 운영하는 G메일을 공식 e메일 주소로 밝혔다는 점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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