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출범… 분과별 핵심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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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7일 03시 00분


경제민주화보다 성장론에 무게… “추경논의 본격화”관측

《 ‘작지만 생산적인 인수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6일 대통령직인수위원들에게 당부한 첫 주문이다. 분과별 자문위원을 두지 않는 등 규모는 작지만 효율은 최대한 높여 달라는 얘기다. 인수위에서 새로운 이슈를 발굴하기보다는 박 당선인의 대선 공약을 구체화하고 각 부처의 업무 내용을 파악하는 데 집중해 달라는 주문이기도 하다. 인수위의 최대 과제는 정부조직 개편이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신설, 세종시로 이전한 국무총리실의 기능 조정 등에 관심이 쏠린다. 박 당선인이 대선 기간 내놓은 공약집이 400페이지에 달해 분과별로 우선 과제를 선정하는 일도 시급하다. 이번 주부터 시작될 부처별 업무보고를 통해 현 정부가 추진해 온 일과 박 당선인이 추진할 일을 접목하는 작업도 분과별 과제다. 》

▼ 복지정책 우선순위 정하고 中企지원책 구체화 ▼

■ 경제1, 2 분과


인수위 경제 1·2분과는 대선 과정에서 줄곧 강조됐던 복지, 경제민주화 대신 ‘경제성장’ 논의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취임을 전후로 단기 경기부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본격적으로 다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 대신 대규모 예산이 투입될 복지정책은 구체적인 항목별로 우선순위를 가리는 작업이 인수위 내에서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류성걸 경제1분과 간사(새누리당 의원), 홍기택 중앙대 교수, 서승환 연세대 교수 등 인수위 경제분과에 참여한 인사들은 대부분 관료와 학자로서 성장과 재정건전성의 중요성을 줄곧 강조해 왔다. 경제가 성장하면 세수(稅收)가 늘어나고 국채를 발행할 여지도 커져 복지를 확대할 여건이 자연스럽게 조성된다는 ‘성장론’이 인수위 경제논의의 바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분과에서 시급히 다뤄질 주요 과제 중 하나는 추경 편성 논의다. 정부가 이미 상반기에 올해 예산의 60%를 집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지만 올해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0%대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조기 집행만으로는 경기를 살리는 데 한계가 있다. 재정부 고위 당국자도 “인수위가 2월 국회에 추경 편성안을 제출하라고 지시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복지정책의 경우 당장 실행할 준비를 갖추기보다는 우선순위를 따지는 작업이 선행될 것으로 보인다. 무상보육, 기초노령연금의 사례에서 보듯 복지정책은 일단 시작하면 재정 투입을 줄일 수 없기 때문에 새 정부 초기에 한꺼번에 시행하기에는 재정 여건의 한계가 있다.

국민대통합, 일자리(복지)와 함께 3대 핵심과제로 강조돼 온 ‘경제민주화’ 논의는 우선순위에서 다소 밀릴 것으로 보인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 재벌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기보다 현행 법 테두리 내에서 정부가 법 집행을 엄격히 하는 방향으로 경제민주화가 추진될 것이란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중소기업 지원 방안, 하우스푸어 대책 등은 공약을 보다 현실성 있게 구체화하는 작업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2분과 인수위원인 서승환 교수는 “구체적인 정책 방안은 논의해야겠지만 공약사항은 일단 다 (인수위에서)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상훈·장원재 기자 january@donga.com
▼ 정부조직 2주내 개편… 독립 인사기구 부활 촉각 ▼

■ 국정기획-정무 분과


국정기획조정분과는 조만간 분과 안에 정부조직 개편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릴 계획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6일 “2주 안에 정부조직 개편을 끝내고 이달 말까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넘겨야 국무총리를 비롯한 내각 구성과 청문회 준비가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국정기획조정분과의 초기 활동이 정부조직 개편에 맞춰질 것이란 설명이다.

그 핵심은 미래창조과학부의 신설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곧 ‘박근혜 정부’의 상징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박 당선인은 미래창조과학부를 과학기술부의 부활이라는 소극적 개념에서 벗어나 미래 성장 동력 마련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란 정권의 최대 과제를 전담할 부처로 인식하고 있다.

국정기획조정분과 유민봉 간사와 옥동석 인수위원이 정부조직 개편의 큰 그림을 그리면 박 당선인의 공약을 꿰뚫고 있는 강석훈 의원이 부처별 세부 기능을 조정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원 24명 중 유일한 과학자 출신인 교육과학분과 장순흥 인수위원(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도 미래창조과학부의 기능을 설정하는 데 역할이 주어질 개연성이 크다.

유 간사의 전공 분야가 인사행정이라는 점에서 현 정부 들어 폐지된 중앙인사위원회와 같은 독립적 인사기구가 부활할지도 관심거리다. 유 간사는 자신의 책과 세미나 등에서 여러 차례 인사에 관한 모든 업무를 담당하는 별도의 인사기구 구성을 강조해 왔다. 인사기구 설치는 예산과 인사, 조직에 대한 실질적 권한을 장관에게 위임하겠다는 박 당선인의 공약과도 맞물려 조율이 필요한 대목이다.

박 당선인은 이와 함께 국무총리가 국무회의를 사실상 주재하도록 해 정책을 주도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무총리실의 기능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이는 정무분과의 활동과도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정무분과는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감사원 등의 기능 조정과 인수인계를 담당하게 된다.

국정기획조정분과와 정무분과 활동에서 또 하나 주목받는 것은 기회균등위원회의 설치다. 박 당선인은 기회균등위를 신설해 매년 인사균형지표를 발표함으로써 편중 인사를 없애겠다고 밝혔다.

이재명·동정민 기자 egija@donga.com
▼ 국가안보실 설치… 남북 신뢰회복 청사진 제시 ▼

■ 외교-국방-통일 분과


외교·국방·통일분과는 국가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외교안보 분야의 컨트롤타워인 국가안보실을 어떻게 설치할지가 핵심 과제 중 하나다.

국가안보실장을 △대통령직속 참모로 두면서 △이명박 정부에서 폐지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를 복원해 그 수장을 맡기는 방안이 거론된다. 국가안보실 산하에 국방 외교 통일 전문가로 구성된 완전한 진용을 짜는 방식이 유력하다. 그러나 이 경우 현재의 대통령외교안보수석실과 어떻게 차별화할지가 과제다. 업무 구분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기능이 중복되거나 옥상옥 기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안보실장 후보로는 외교·국방·통일분과 간사인 김장수 전 국방부 장관과 인수위원인 윤병세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이 거론된다.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도 주요 과제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대북 인도적 지원(1단계)과 낮은 수준의 경제협력(2단계)까지는 북한 비핵화 같은 조건을 내세우지 않음으로써 대북정책을 유연하게 운용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북한의 예기치 못한 도발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정책방향도 결정해야 한다. 취임 전이나 취임사 등에서 어떤 수준의 대북 메시지를 보낼지도 검토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분과위원으로 참여한 최대석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장은 6일 낮 서울 모처에서 김기웅 통일부 정세분석국장을 따로 만나 최근 북한 정세 등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4대악’ 해법 마련… 사교육 부담 경감 방안 고심 ▼

■ 사회-교육-고용-여성 분과

법질서·사회안전 분과는 박근혜 당선인이 대선 기간 강조한 ‘4대악’(성폭력, 학교폭력, 가정파괴범, 불량식품) 척결 의지를 구체화할 해법을 마련하는 게 주요 과제다.

특히 성폭행 등 강력 범죄자 처벌과 피해자 치료 및 보호 강화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분과 간사를 맡은 이혜진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회가 후진적일 때 범죄자 인권을 중점적으로 보호하다 보니 지금까지 범죄 피해자 보호 장치가 너무 미비하다”며 “피해자 지원제도를 정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당선인이 약속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등 검찰 개혁과 검찰의 직접 수사기능 축소 등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 등도 이 분과에서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과학 분과는 학력 인플레를 줄이고 능력 중심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토대인 ‘국가직무능력표준’을 완성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무조건 ‘고졸 취업’을 권장할 게 아니라 특정 직업에 필요한 지식 수준과 업무 역량에 대한 국가적 공감대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독일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는 이미 ‘국민 역량 평가체계’가 도입돼 있다.

선행학습 유발 시험 금지, ‘공교육정상화촉진특별법’ 제정 등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내걸었던 공약을 구체화하는 것도 과제로 꼽고 있다.

고용·복지 분과는 대선 기간 내건 복지 공약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재원이 들어가는 상당수 정책이 이 분야에 해당한다. ‘1조5000억 원으로 전부 커버가 되겠느냐’는 논란을 일으켰던 ‘4대 중증질환(암, 심장, 뇌혈관, 희귀난치성질환)의 100% 국가 보장’ 공약은 재원부터 다시 따져야 하는 상황이다.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보호 등 차기 정부의 고용노동 정책에서 중심 역할을 할 노사정위원회의 기능 강화도 다루게 된다. 박 당선인이 강조한 노사정 대타협을 이끌 기구다.

여성·문화 분과는 모철민 간사가 문화 분야를, 김현숙 의원이 여성 정책을 맡는 투톱 체제로 운영한다. 문화 분야는 2012년 정부 재정 대비 1.14%에 그친 문화재정 비율을 2%로 끌어올리고, 수도권과 지방의 문화격차를 해소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여성 정책에선 임신과 출산, 보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 분담을 확대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인수위#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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