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SBS 공채 탤런트 3기로 데뷔해 벌써 데뷔 20년차인 연기자 장태은(42). 과거의 이름인 장혜숙에서 최근 장태은으로 개명하면서 그에게도 새로운 인생이 시작됐다.
사실 대중에게는 장혜숙도, 장태은도 그리 익숙한 얼굴은 아니다.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후 드라마 ‘행복하고 싶어요’ ‘미망’ ‘장희빈’ 등 몇 개의 작품에서 얼굴을 알렸지만 1997년 결혼과 동시에 잠시 한국을 떠나 있었다.
2005년 잠시 귀국해 SBS 아침드라마 ‘들꽃’에 출연했지만 길었던 공백기를 채우기란 쉽지 않았다. 그런 그의 인생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1월 개봉한 영화 ‘철가방 우수씨’를 만나면서부터였다.
교통사고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기부천사’ 짜장면 배달원 고 김우수 씨의 삶을 재조명해 영화화한 작품 ‘철가방 우수씨’(감독 윤학렬)에서 장태은은 배마담을 연기했다.
배마담은 극중 김우수와 고시원에서 생활하며 러브라인을 그려나가는 인물이자 김우수로 인해 삶을 새롭게 마주하는 캐릭터다.
‘철가방 우수씨’는 장태은의 스크린 데뷔작이기도 하다.
“배마담 역에 욕심을 냈던 배우들이 많았어요. 사실 거액을 들여 찍는 영화가 아니라서 저보다는 이름이 잘 알려진 배우들이 이 역할을 맡아야 홍보에 도움이 되는 상황이었죠. 그런데 이미 배마담 역에 녹아있는 저의 모습을 보고 윤학렬 감독님이 믿고 캐스팅해주셨어요.”
작품에 대한 확신은 두 아들의 지원 덕분이기도 했다.
장태은에게는 현재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중인 두 아들이 있다.
엄마가 새 작품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을 들은 큰 아들이 “엄마, 중학생들한테 김우수 아저씨는 영웅이야”라며 힘을 실어 줬다.
영화를 보고나서도 두 아들은 “엄마는 정말 좋은 영화에 출연한 거야. 눈물이 날 뻔했다”며 엄마의 새로운 도전에 박수를 쳐 줬다.
친구 오연수의 격려도 큰 힘이 됐다.
“연기를 하고 있지 않을 때도 (오)연수랑 연락을 주고 받으면서 안부를 물었어요. 통화를 할 때마다 ‘아이들도 어느 정도 컸으니 이제 네 일(연기)을 시작하라’는 말에 용기를 냈죠. 같을 일을 하면서 의지가 되어주는 친구가 있어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하지만 기나긴 연기 공백기와 첫 영화 도전에 대한 두려움은 적지 않았다.
장태은은 “촬영현장에서 이미지, 최수종 선배가 워낙 ‘진짜’ 연기를 해주니까 자연스럽게 나도 묻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대본을 외우기보다는 내가 진짜 배마담이 되려고 하고, 상황이 받쳐주다보니 좋은 분위기 속에서 재미있게 촬영을 했다”고 말했다.
‘철가방 우수씨’로 인해 연기에 대한 재미는 물론 배우 인생에 대한 새로운 확신을 갖게 됐다는 장태은은 천천히, 그리고 즐겁게 연기 인생 제2막을 걸어가고 싶다고도 했다.
“그동안의 공백을 빨리 채우고 싶지는 않아요. 빨리 소비되면서 식상해지는 건 배우에게 치명적인 일이니까요. 비중이 적은 역할이라도 좋은 작품에서 빛이 나는 캐릭터라면 언제든지 출연할 생각이에요. 천천히 다가가다 보면 대중들도 다시 장태은의 연기를 제대로 평가해주실 날이 올 거라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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