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지방정부와도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합니다. 대통령이 민생 현장을 책임지고 있는 시도지사의 이야기를 들으면 국정운영에 도움이 됩니다. 국무회의처럼 시도지사와 정기적으로 만나는 자리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4일 제주 지사 집무실에서 진행한 동아일보·채널A 공동 인터뷰에서 “여야가 대립하는 정책보다는 복지, 청소년, 노인문제 등 국민이 공감하는 사업을 우선 추진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며 “국무총리에게 행정업무를 맡기고 대통령은 국가원로, 여야, 48%의 반대를 아우르고 감싸는 대통합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임규진 동아일보 부국장, 김정훈 채널A 사회부장이 진행했다.
―야당 성향이 강한 제주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50.5%의 표를 줬다.
“제주에서 이기면 대선에서 승리한다는 공식이 있다. 이번에도 지켜졌다. 제주는 ‘박정희 향수’가 짙은 곳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어승생저수지를 만들어 수도로 물을 공급하는 ‘물 혁명’을 이뤘고 제주시와 서귀포를 잇는 5·16도로를 개통했다. 이런 향수가 표심에 영향을 준 것 같다.”
―총무처 인사국장과 총무처 차관을 거치면서 ‘인사의 달인’이라는 평을 듣지 않았나. 새 정부의 인사에 대해 조언을 해 달라.
“박 당선인은 청와대, 국회의원, 당 대표를 거치면서 인사 경험을 많이 했다. 무엇보다도 적재적소의 인사,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인사를 해야 한다. 논공행상에 휘둘리지 말고 원칙과 기준을 세워서 전문성이 있는 사람을 등용할 것으로 본다.”
―중앙정부의 예산 지원이 없으면 지방정부 사업이 힘들다. 무소속 지사이기 때문에 고심이 더 클 듯하다.
“예산을 따는 데 당적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논리와 명분이 중요하다. 중앙정부를 설득하기 힘들면 국회를 찾아가면 된다. 올해 제주에 대한 국고보조금이 사상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었다. 다만 돈이 없으면 집안에서도 불화가 생기지 않느냐. 지방 재정이 너무 열악하다. 8 대 2 정도인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6 대 4 정도로 조정해야 한다.”
―지역에서 바라는 제주특별자치도 완성이나 국제자유도시 추진은 미흡한 것 아닌가.
“특별자치와 국제자유도시를 위해 2006년 만들어진 ‘제주도특별법’으로 영어교육도시, 내국인면세점 등 혜택을 받았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국제자유도시를 만들면 제주도만 좋아지는 건 아니다. 대한민국 전체의 부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다. 올해 중국 바오젠(寶健)그룹 1만여 명, 내년 암웨이 인센티브 관광단 2만5000여 명을 유치했다. 관광객이 제주에만 있겠나. 서울과 부산에 가서 쇼핑하고 관광도 한다. 제주가 관광의 관문 역할을 하는 것이다. 통치권자의 의지가 있으면 중국 상하이(上海) 푸둥(浦東)처럼 국제자유도시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다.”
―박 당선인이 제주 신공항을 공약했다. 제주 신공항이 시급한가.
“당초 정부는 2025년까지 제주공항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2014년부터 예산 편성을 해도 늦지 않다고 봤지만 도에서 연구용역을 의뢰한 결과 2019년이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다는 결론이 났다. 공항 건설에는 10년가량 걸리기 때문에 시급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올해 5억 원의 용역비가 정부 예산에 편성됐다. 기존 공항을 확장하든, 새로운 공항을 짓든 정부가 결론을 내리고 곧바로 착공해야 한다.”
―제주해군기지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
“해군기지를 포함해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으로 조성한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해군 함정이 정박하고 민간 크루즈선도 들어오는 복합항이 안보와 지역발전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국방부 국토해양부 제주도가 합의한 ‘15만 t 크루즈선 2척 동시접안’이 가능한지를 검증해 달라는 것이다. 1조 원 규모의 서귀포시 강정마을 주변 발전계획을 추진한다면 갈등을 푸는 데 앞장서겠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으로 감귤 등 1차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제주는 1차 산업 비중이 18.7%로 전국평균 2.7%에 비해 월등히 높다. 한중 FTA가 추진돼 제주 농민들은 초긴장 상태다. 각계 전문가 499명으로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감귤은 제주의 ‘생명산업’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협상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무, 양배추, 감자는 물론이고 넙치, 갈치 등도 협상 대상에서 빠져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제주도4·3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진다.
“역대 정권이 이 문제를 이념적으로 접근해 응어리가 풀리지 않고 있다. 용서와 화합을 위해 ‘국가추념일’로 지정하면 어떨까 한다. 기념사업도 함께 진행하면 미래 발전을 위한 또 다른 원동력이 될 것이다.”
우 지사는 관선, 민선을 합쳐 제주도지사를 5번째 하고 있다. ‘직업이 도지사’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우 지사는 “사심 없이 일하고 도민을 우러르며 책무를 다하는 것이 정도(正道)”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