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또 데려가지 못하도록 그 아저씨 많이 혼내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1일 03시 00분


나주 성폭행 피해 어린이, 판사에게 편지
檢, 범인 고종석 사형 구형

“나를 죽이려 했던 아저씨를 판사 아저씨가 많이많이 혼내주셔야 해요.”

지난해 8월 발생한 전남 나주시 여아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인 A 양(8·초등학교 1년)은 10일 오전 광주지법 201호에서 열린 성폭행범 고종석(24)에 대한 결심공판에 가는 어머니의 손에 수첩을 찢어 앞뒤로 쓴 편지 한 장을 건넸다. 편지에는 “안녕하세요. 저는 ○○이에요. 엄마가 나쁜 아저씨(고종석) 혼내주러 가신다 해서 제가 편지 썼어요. 엄마가 저는 못 간대요”라고 시작했다.

A 양은 “판사 아저씨, 그 아저씨가 나와서 우리 집에 와서 나를 또 데리고 갈까 봐 무서워요. 그 아저씨가 또 데리고 가지 못하게 많이 혼내주세요. 제가 쓴 편지대로 소원 들어 주세요. 판사 아저씨랑 엄마랑 같이 많이많이 혼내주세요”라고 적었다. A 양은 ‘많이많이 혼내주세요’라는 말을 세 번이나 적었다.

집에서 잠자다 이불째 납치된 A 양은 고종석의 성폭행으로 큰 상처를 입어 두 번이나 수술을 했다. 이후에도 정신적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 양 어머니는 재판 과정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편지를 읽었다. A 양의 절규와 가족의 고통이 떠올랐는지 몸을 부들부들 떨기도 했다. A 양 어머니는 “고종석이 사회로 절대 못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 위해 법정에 왔다”며 “새 학기인데 딸이 학교 가기 싫다며 ‘엄마 배 속에 다시 넣어줘. 아저씨가 목 조르는 게 자꾸 생각나’라고 한다”면서 울먹였다. 또 “딸이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해 가족 5명 모두가 3시간 이상 잠을 자 본 적이 없다”고 호소했다.

편지 내용을 들은 광주지검 형사2부 최영아 검사는 목이 멘 채 고종석의 범행 내용을 설명한 뒤 “피고인이 살인을 시도했고 수사 중에도 다른 사람 이야기하듯 무관심한 반응을 보이는 등 반사회적 행태를 보였다”며 고종석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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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나주#성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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