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프로야구에서 지난해까지 504개의 홈런을 친 ‘국민타자’ 이승엽(37·삼성 라이온즈·사진)은 일본에서 뛸 때 2년간 포르셰를 탔다.
스포츠카의 대명사인 포르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스피드다. 하지만 이승엽이 포르셰를 선택한 이유는 달랐다. 예쁜 디자인과 좋은 승차감에 끌렸다. 이승엽은 “포르셰를 아주 조심스레, 천천히 몰고 다녔다. 스포츠카를 나처럼 운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는 분명했다. “저는 무조건 안전이 제일입니다.”
○ 모범 선수, 도로에선 모범 운전자
9일 경북 경산시 경산연습장에서 삼성 야구단의 2013년 첫 단체훈련이 열렸다. 오후 4시경 훈련을 마친 이승엽이 차에 올라타 운전대를 잡았다. 기자는 조수석에 앉아 대구 수성구 범어동 이승엽의 집까지 가는 30여 분 동안 운전습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승엽은 인성이나 훈련 태도 등에서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모범 선수다. 야구장에서 보여준 모습은 도로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신호를 지키는 것은 물론이고 차로를 바꿀 때는 항상 깜빡이를 미리 켰다. 고속도로에서는 제한 속도를 단 한순간도 넘기지 않았다. 신호 대기 중 아내 이송정 씨에게서 문자메시지가 왔다. 이승엽은 재빨리 휴대전화에 핸즈프리 이어폰을 연결해 아내와 통화했다.
이승엽은 “20대 초반 아버지에게 처음 운전을 배울 때부터 ‘몸이 재산’이라는 생각으로 안전 운전을 했다. 두 아들을 둔 아빠가 된 요즘은 더욱 조심하려고 한다. 오히려 아내가 운전대를 잡으면 터프해지는 편이다. 그럴 때마다 ‘천천히 운전하라’고 진정시키느라 힘들다”며 웃었다.
야구장에서 이승엽은 악착같다. 찬스 때 기회를 날리거나 좋은 타구가 야수에게 잡히면 더그아웃으로 돌아와 머리를 감싸 쥐고 괴로워한다. 스스로도 “야구에 대해서는 욕심을 많이 부리는 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야구장 밖에서는 완전히 달라진다. 조금 손해보고 사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운전도 예외가 아니다. 10년 넘게 운전을 하면서 다른 운전자와 단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다. 싸울 일이 생기기 전에 먼저 양보하기 때문이다.
이승엽은 “지난해 말 송년회에 가던 중 좁은 길인데 반대편에서 오는 차와 마주쳤다. 내가 먼저 진입했기 때문에 상대방 차가 뒤로 빼야 했다. 그런데 그 차 운전자가 ‘왜 차를 안 빼느냐’며 화를 내더라. 순간 울컥했지만 내가 양보를 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8년간 지낸 이승엽은 “일본에서는 대부분 운전자가 ‘내가 먼저 양보하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 깜빡이를 켜고 끼어드는 차를 위협하거나 경적을 울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일본에서 운전을 하면서 나도 그런 문화에 익숙해진 것 같다. 서로 양보하면 싸울 일도, 사고 날 일도 없다”고 말했다.
○ 이승엽이 꼽은 꼴불견 운전자
이승엽은 몇 해 전 절친한 방송인 김제동 씨 때문에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서울에서 김 씨를 차에 태우고 운전하던 중 빨간 신호에 차를 멈췄을 때였다. 앞차의 유리창이 내려가더니 운전자가 차 밖으로 담배꽁초를 던졌다. 그 순간 김 씨가 갑자기 차에서 내려 버려진 담배꽁초를 주워 앞차 운전자에게 다시 건넸다.
이승엽은 “원래 제동이 형이 나서길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데 유독 그런 일을 못 참는다. 저러다 큰 싸움이라도 나는 거 아닐까 하고 조마조마했는데 다행히 그 운전자가 사과하는 것으로 끝났다”며 “다른 운전자들을 조금이라도 배려한다면 절대 담배꽁초를 차 밖으로 버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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