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세계 수출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한 품목이 1년 전보다 10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1위를 빼앗긴 품목의 절반은 중국 업체들에 추월당한 것으로 분석됐다. 1위 품목의 수출 총액도 2007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해 수출 경쟁력에 빨간 불이 켜졌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13일 ‘추격하는 개도국, 쫓기는 한국’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세계 1위 품목이 2010년 71개에서 2011년 61개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국제통일상품분류체계(HS)의 5051개 품목을 기준으로 2007∼2011년 세계 주요국의 수출 실적을 분석해 이 보고서를 작성했다.
한국의 수출 1위 품목은 2010년 71개였지만 1년 사이 26개가 줄고 16개가 늘어나 2011년에는 61개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한국은 총 수출액 규모에서 5552억 달러로 세계 7위 수준이지만 1위 품목 보유 순위에선 15위로 밀려났다.
1위 품목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세계 수출시장을 휩쓸고 있는 중국의 부상(浮上) 때문이다. 1위에서 밀려난 26개 품목 가운데 액정 디바이스, 폴리에틸렌 테레프란레이트, 스테인리스강 평판압연제품, 합성필라멘트사 등 12개 품목에서 중국에 추월을 허용했다. 중국이 추월한 품목 수는 2009년 2개에서 2010년 7개, 2011년 12개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품목 면에서도 섬유제품은 물론 철강, 화학 등 다양한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다.
2011년 우리나라가 수출 1위를 차지한 61개 품목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중국은 이들 61개 품목 가운데 13개 품목에서 2위를 차지하며 바짝 추격하고 있다. 특히 고무로 만든 승용차용 이너튜브, 인조필라멘트 부직포, 유입식 변압기, 철강 관 등의 품목은 점유율 차이가 1∼4%포인트에 불과하다.
한국이 2011년 새로 세계 1위에 오른 품목은 굴, 인삼, 사과술 등 기타 발효주, 부타디엔 고무 등 16개 품목에 이른다. 하지만 이들 품목의 총 수출액은 64억 달러에 그쳤다. 1위에서 밀려난 26개 품목의 수출액 합계는 392억 달러에 이른다.
이런 영향으로 1위 품목의 수출액 총액도 2007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한국의 세계 1위 품목 총 수출액은 2010년 1256억1000만 달러에서 2011년 1034억3000만 달러로 17.7% 줄어들었다.
한편 2011년 세계 수출 1위 품목 최다 보유국은 중국(1431개)이었으며 독일(777개), 미국(589개), 이탈리아(230개), 일본(229개)이 뒤를 이었다. 중국은 1년 사이에 세계 1위 품목을 78개 늘리며 1위 품목 보유국 순위에서 2위와의 격차를 벌렸다. 보고서는 중국이 국가 주도로 액정표시장치(LCD), 반도체 등에 지원을 집중하면서 조만간 한국의 대표 수출 산업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석기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원은 “중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의 추격이 농수산물과 경공업 제품을 넘어 화학, 철강, 전기기기 등 중화학 제품으로 확산되는 추세”라며 “1위 품목을 늘리기 위한 제품 개발과 수출 품목 확대 등 대비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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