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시대-인사가 만사다]<16·끝>각 부처 공감 줄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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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14일 03시 00분


“공직자 처신방법 알려준 교과서” “부업 한눈판 사례 지적 따끔”

“깨끗하고 중립적인 사람이 검찰총장이 돼야 검찰이 자연스레 제 기능을 되찾게 된다. 검찰총장의 무거운 책임을 다시금 깨닫게 됐다.”(한 부장검사)

“건군 이래 국민적 존경과 신망을 받는 국방장관을 꼽기 힘들다는 지적이 가슴 아프다.”(국방부 고위 관계자)

“국세청장들이 ‘본업보다 가욋일에 관심이 많았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국세청 관계자)

동아일보가 ‘박근혜 시대-인사가 만사다’ 시리즈를 통해 고위 공직자의 자격요건을 제시할 때마다 해당 부처 당국자들은 한결같이 “다음 정부의 인사에 실질적인 지침이 될 것”이라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지난해 12월 27일 ‘검찰총장의 5대 자격요건’이 보도되자 “검사들이 앞으로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알려주는 좋은 교육 자료다. 후배들에게 검찰총장의 자격요건이 담긴 기사를 복사해서 나눠줬다”는 부장검사도 있었다.

이달 2일 국방부 장관의 4대 자격요건을 읽은 한 전직 국방부 장관은 “역대 국방 수장들의 공과(功過)를 가감 없이 지적해 ‘안보 백년대계’를 책임질 차기 국방부 장관의 인선 지침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자격요건을 제시한 국가정보원장은 정보기관이라는 특성상 다수의 전직 국정원 고위 간부들을 익명으로 취재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익명이 지켜지지 않으면 인터뷰 자체를 할 수 없다고 할 정도로 존재를 드러내려 하지 않았다. 그런 그들이 지난해 12월 24일 국정원장의 5대 자격요건 보도가 나간 뒤엔 잇따라 취재진에게 연락을 해서 “이번에야말로 정보의 정치화를 막을 통찰력을 갖춘 경륜 있는 정보 전문가”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에 응했던 전직 국가안전기획부 관계자는 보도 뒤 동아일보 기자와 만났을 때 뼈 있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국정원장에 대통령 핵심 측근을 앉히면 안 되고 정보 전문가가 아닌 법조인은 안 된다고 제시해놓고 국정원장으로 거론되는 인물로 법조인 출신인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측근을 소개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얘기였다. “그만큼 5대 자격요건을 두루 갖춘 국정원장감을 찾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실제로 ‘인사가 만사다’ 인터뷰에 응한 이들은 자격요건을 제시하면서도 “그런 요건을 갖춘 사람이 한국에 과연 있을까”라며 의구심을 보였다. 지난해 12월 31일 보도된 외교통상부 장관의 5대 자격요건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만난 한 외교관은 “조건을 모두 충족시킬 외교부 장관감은 아무도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열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에서 이처럼 정부를 이끌어갈 리더십을 갖춘 인재를 찾기 어렵다는 역설 앞에 기자들은 힘이 빠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국이 진보와 보수라는 낡은 이념으로 갈등하며 인재풀을 넓히는 데 인색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른바 진보정권이 잡으면 능력이 있어도 보수 성향의 인물을 기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이미 정부 내에 있는 인재들도 성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내쳐왔고 보수정권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그러다 보니 권력 교체기에 관료나 전문가들이 비전을 제시하거나 소신을 말하기보다 권력에 줄을 서는 행태가 나타났다는 것. 역대 정부도 인재를 발굴하는 데 인색하거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검찰총장의 자격요건을 일독한 검찰 간부들은 “우리는 그런 요건을 갖춘 검찰총장을 오래전부터 언제나 기다려 왔다. 그런데 새 정부가 정말 그런 사람을 총장으로 임명할 자세가 돼 있느냐”고 물었다. 검찰의 한 고위 간부는 “또다시 특정 이념의 코드인사가 반복되면 검찰이 추락하는 건 물론이고 정권 말에 대통령이 그 부담과 폐해를 모두 떠안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외교통일 관련 부처의 전직 장관은 본인 스스로 이런 이념 프레임에 갇혀 인터뷰를 거부해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전직 수장의 경험과 조언이야말로 피가 되고 살이 되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장관을 두 번 지낸 그는 기자가 기획의 취지를 설명하고 ‘성공적인 장관직 수행을 위한 자질, 차기 장관이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한 가지씩만 언급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말할 수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본보가 해당 부처 수장으로 거론한 사람들도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통일부 장관 후보로 거론된 한 인사는 한 행사장에서 동아일보 기자를 만나자 일면식도 없으면서 “식사를 한번 하자”고 했다. 하마평에 오른 인사들이 짐짓 태연한 척하면서도 관심이 크다는 걸 보여준다. 공정거래위원장으로 거론된 한 인사는 함께 이름이 나온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에 대해 “경력과 자질 측면만 보자면 이 최고위원보다 오히려 남편인 김영세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가 더 어울린다”고 촌평하기도 했다.

윤완준·전지성·조숭호 기자 zeitung@donga.com
#검찰#국방부#국세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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