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유학 다녀와도 실업자… 부모 도움 없인 하층민”
노력하면 중산층 되던 ‘50년 공식’ 장기불황에 무너져
“아버지 덕에 별 고생 안 해 봤어요. 내 인생도 뭐든 잘 풀릴 줄 알았죠. 그런데 지금은…성공은커녕 결혼이나 제때 할지 모르겠네요.”
학창 시절 김모 씨(29)는 주변 친구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어려서부터 1등을 놓친 적이 없던 김 씨는 외국어고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비리그에 유학까지 다녀왔다. 국내 유수의 대기업에서 상무로 일하는 아버지가 유학 비용을 대며 지원해 준 덕분이었다.
하지만 3년 전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김 씨를 기다린 것은 ‘장기 청년 실업자’라는 딱지였다. “미국에서 명문대 졸업생이 시급 2달러를 받고 임시직으로 일한다는 뉴스를 봤지만 내가 그렇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아무리 기업이 선호하지 않는 인문학 전공자라지만…. 인턴 자리도 아버지 ‘백’으로 간신히 구했습니다. 은퇴를 앞둔 아버지는 ‘더 돕기 어렵다’는 눈치예요. 이제 아버지의 그늘에서 독립해야 하는데 앞이 안 보이네요.”
입사지원서 수십 장을 내도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은 없다. 그는 “아버지 세대와 우리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부모 도움이 없으면 나는 사실상 하층민”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열심히 노력만 하면 스스로의 힘으로 좋은 일자리를 얻어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중산층 진입 공식이 깨지고 있다. 1960년대 이후 50년간 우리 사회를 지탱해 온 ‘성공 사다리’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청년층뿐이 아니다. 이미 중산층에 진입한 기성세대 중에도 △장기 경기침체에 따른 조기퇴직 확산 △자영업 시장 포화에 따른 안정적 소득원 확보 실패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자산가치 하락 △저금리에 따른 금융소득 감소 등으로 ‘중산층 사다리’를 거꾸로 내려오는 이가 적지 않다.
월소득을 기준으로 한 한국 중산층 비율은 1990년 75.4%에서 2011년 67.7%까지 떨어졌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이 비율을 70%까지 끌어올려 중산층을 복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전문가들은 “이 비율을 높이기 쉽지 않은 것이 객관적 현실이고, 설령 비율이 회복된다 해도 스스로 중산층이라 생각하는 국민이 자동으로 늘어나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성장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동시에 어려운 중산층의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사회 전반의 역동성을 되살리는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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