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부산항운노조… 간부집에 1억 명품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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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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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비리로 구속됐던 50대… 집유 석방후 지부장 당선
또다시 취업 장사 나서… 계좌추적 피하려 명품 구입

경찰이 부산항운노조 제1항업지부장 자택 안방에 있던 개인금고에서 압수한 명품시계와 황금열쇠들. 부산지방경찰청 제공
경찰이 부산항운노조 제1항업지부장 자택 안방에 있던 개인금고에서 압수한 명품시계와 황금열쇠들. 부산지방경찰청 제공
2009년 부산항운노조 제1항업지부 반장이던 우모 씨(55)는 조합원 채용 과정에서 1억81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그해 10월 구속됐다. 이듬해 4월 그는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우 씨는 석방된 지 한 달 만에 공석이던 제1항업지부장 선거에 출마했다. ‘실형을 받으면 조합원 신분이 박탈된다’라는 조항이 있었지만 “나는 실형을 살지 않아 자격이 된다”라고 자체 유권해석을 내렸다. 제1항업지부 소속 조합원 520여 명은 반장 시절부터 입김이 강했던 우 씨의 단독 출마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새 지부장이 된 우 씨는 또다시 ‘인사(人事)’ 장사에 나섰다. 2010년 5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정년퇴직을 앞둔 김모 씨(61)에게 “3년간 정년 연장이 보장되는 노조위원을 시켜 주겠다”라며 5500만 원을 받았다. 또 다른 조합원에게 “조장을 시켜 주겠다”라며 현금 7400만 원을 받는 등 7명에게서 총 1억3590만 원을 챙겼다.

○계좌추적 피하려 억대 명품 시계 구입

우 씨는 이 돈 가운데 1억1100만 원으로 명품 시계를 구입했다. 부산의 한 백화점에서 롤렉스 2개(각각 3750만 원, 4900만 원), 카르티에 3개(900만∼1595만 원), 오메가(1000만 원), 구치(115만 원) 시계를 차례로 샀다.

경찰이 우 씨의 집 안방 개인금고를 압수수색한 결과 명품 시계들과 10돈쭝, 5돈쭝짜리 황금열쇠가 2개 나왔다. 경찰은 “2009년처럼 수사기관의 계좌추적을 당할까 봐 현금을 명품 시계로 바꾼 것 같다. 명품 시계는 중고로 팔아도 제값을 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지방경찰청 수사2계는 14일 우 씨와 함께 취업을 미끼로 2010년 10월부터 11명에게서 4억 원을 받은 제2항업지부 반장 배모 씨(46)도 구속했다. 비슷한 명목으로 수천만 원씩을 받은 혐의로 송모 씨(45) 등 4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우 씨 등은 ‘수사에 협조하면 힘든 작업 쪽으로 보내겠다’, ‘뒷일을 책임질 테니 경찰이 출석을 요구하면 잠적하라’라고 요구했다. 부산경찰청 입구에 조합원을 보내 자신들에게 돈을 건넸던 사람의 출석 여부까지 확인했다.

○폐쇄 조직이 ‘끝없는 인사 장사’ 불러

항운노조의 ‘인사 장사’가 재발되는 것은 1948년 설립된 노조가 조합원 채용과 인사권을 독점하는 독특한 채용 방식 때문이다. 2005년 부산지검의 채용 비리 수사 때는 노조 간부 53명이 적발돼 34명이 구속됐다. 1987년부터 2005년까지 구속된 전현직 위원장만 9명에 이른다. “마피아보다 더 질긴 노조 비리 조직”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항운노조는 2005년 채용 비리 사태 이후 28개 지부 가운데 10곳을 하역회사가 근로자를 고용하도록 했다. 그러나 나머지 18개 지부는 여전히 노조가 자체 인력 채용과 인사권을 쥐고 있다. 경찰은 “지부장, 반장 등 노조 간부가 조합원의 근무 배치 등 실권을 갖고 있는 폐쇄적 구조가 여전히 남아 있다”라며 “개방형 인사위 구성 등 노조 간부의 입김을 줄이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부산항운노조#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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