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피해 여성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쉽게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비율이 일반인에 비해 3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5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성폭력 피해자 정신건강 현황 및 정책지원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7-11월 성폭력 피해 여성 550명의 건강 상태를 조사한 결과 스트레스를 받아도 쉽게 풀지 못한다는 응답자는 65.3%에 달했다.
연구원이 서울시 정신보건센터의 2011년 서울시 정신건강 설문 조사와 비교한 결과 같은 질문에 일반인은 응답자의 24.1%가 그렇다고 답해 성폭력 피해여성과의 응답률이 무려 41.2%포인트 차를 보였다.
특별한 이유 없이 다른 사람에게 화를 내는 경우도 일반인은 16.4%만 그렇다고 답했지만 성폭력 피해 여성은 과반인 52.4%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또 타인과의 관계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라고 응답한 일반인은 30.7%였지만 성폭력 피해 여성의 응답률은 일반인의 2배에 가까운 60.3%였다.
보고서는 성폭력 피해 전과 비교해 스트레스와 우울감이 각각 심해졌다고 호소하는 성폭력 피해 여성은 각각 응답자의 73.7%와 70.5%에 달했다고 밝혔다. 성폭력 피해 후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다는 생각이 많아진 응답자는 전체의 67.9%나 됐다.
'이전에는 없었으나 자살 생각을 하게 됐다'는 응답자도 10.9%였다. 그 이유로는 '사는 게 힘들고 싫어서'라는 응답이 16.9%로 가장 많았다. 삶에 대한 의욕을 상실해서(10.6%), 당시 사건이 떠올라서(7.2%), 스스로 쓸모없는 존재로 느껴질 때(6.6%)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실제로 자살 시도를 한 성폭력 피해 여성은 전체 응답자의 41%나 됐다.
연구책임자인 김영택 연구위원은 "성폭력 피해 이후 지속적으로 여러 증상을 경험하고 있으므로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장기적인 지원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연구위원은 "학교의 성교육 대부분이 생물학적 몸의 변화나 순결이데올로기에 초점을 둬 성폭력 예방이나 신고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성폭력에 대한 대처·신고 체계에 대한 안내가 포함되도록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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