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사진) 삼촌 팬을 넘어 ‘소녀시대 박사’임을 자처하는 H 씨(2012년 11월 30일자 A23면 참조)의 목소리는 격양돼 있었다. 11일 가로수길에서 만난 H 씨는 열변을 토했다.
“‘I got a boy’ 들어 봤지? 그녀들을 사랑하지만…. 신곡은 좌절이야. 서너 곡을 짜깁기한 것 같아. ‘유영진(SM엔터테인먼트 소속 작곡가)이 소녀시대를 망쳤다’라고 쌍욕하는 팬도 많아. 왜 이런 노래를 발표했을까? 고민해 봤지.”
새해 시작과 함께 발표된 이 노래 뮤직비디오는 15일 만에 유튜브 조회 3000만 건을 기록했다. ‘강남스타일’보다도 빠른 추세다. 하지만 음악 자체에 대한 평은 좋지 않다. 음원 차트에서 ‘개가수(개그맨+가수)’ 정형돈의 ‘강북 멋쟁이’에 밀렸을 정도니…. 그래서인지 팬들은 ‘왜 소녀시대가 이런 노래를 발표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이유를 H 씨가 분석했다는 것이다.
H 씨는 소녀시대 신곡 ‘I got a boy’의 숨겨진 키워드를 ‘멤버 간 불화설’과 ‘권력관계 고착화’로 분석했다. 그가 정말 ‘사이코’처럼 보였다.
“이 곡은 ‘오빠 사랑해’라고 외치는 기존 소녀시대 노래와 달라. ‘바꾼 화장품이 뭔지’ ‘너 잘났어, 정말’이란 가사처럼 여성 간 수다가 테마잖아. 왜 수다를 떨어야 했을까? 소녀시대 멤버 간에 사이가 안 좋다는 소문 많아. 서로 견제가 심해 말도 안 할 정도라고. 이런 부정적 이미지를 없애려고 일부러 멤버 간 수다를 내세웠다고 봐. 수다를 떨려면 기본적으로 서로 친해야 하잖아.”
억지스러운 추리라서 이해가 안 된다고 하자 H 씨는 소녀시대의 7개 앨범 타이틀곡 ‘다시 만난 세계’ ‘Gee’ ‘소원을 말해 봐’ ‘Oh’ ‘훗’ ‘The boys’ ‘I got a boy’ 뮤직비디오 분석 결과로 자신의 이론을 입증했다. 뮤직비디오 속 특정 멤버가 정중앙(센터)에 서는 횟수와 특정 멤버의 클로즈업 횟수를 합산해 보니 고착화된 소녀시대 내 권력구조가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윤아를 필두로 유리, 제시카, 서현, 태연이 인기가 많고, 효연, 써니 등은 자투리로 보잖아. 실제 윤아는 7편 뮤직비디오에서 센터에 서거나 클로즈업 되는 횟수가 79회나 돼. 태연 74회, 유리 66회, 제시카 64회, 서현 60회야. 반면 써니는 45회에 그쳤어. 수영도 52회. 특히 효연은 37회밖에 안 돼.”
오호! 냉철한 SM이여. 멤버별 인기를 철저히 뮤직비디오에 반영하니 멤버 간 경쟁과 시기, 나아가 서열이 굳어졌고 그 결과 멤버 간 불화설이 한계치까지 왔다는 것이 H 씨의 설명이다. 이런 이미지를 바꾸려고 소녀들의 ‘수다’가 전면 등장했다는 것.
“‘효연 법칙’까지 존재해. 3, 4분짜리 뮤직비디오가 시작된 후 효연이 센터에 서거나 클로즈업되는 데는 평균 2분 이상 걸려. ‘소원을 말해 봐’ 1분 59초, ‘I got a boy’ 2분, ‘The boys’ 2분 25초야. 내가 효연이라면 자존심 상하고 억울해 죽고 싶을 거야.”
그의 걸그룹에 대한 집요함과 분석 능력이 두려웠다. 이런 능력을 열악한 국내 자연과학 분야에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효연, 써니에게 위로도 보내고 싶었다.
“그렇다고 뛰쳐나와 ‘HSS’ 이런 거 만들지 마. ‘JTL’ ‘JYJ’처럼 되지 말고 일단 악착같이 붙어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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