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15일 정부조직개편안을 발표했지만 ‘골격’만 나왔을 뿐 신설과 폐지로 인한 각 부처의 기능 조정은 아직 마치지 못한 상태다. 또 각종 위원회 정비 등 남은 과제도 많다.
○ 2차 추가 개편까지 남은 과제 많아
인수위 국정기획조정분과 유민봉 간사는 이날 발표에서 “오늘 발표 내용은 신설과 폐지로 한정했다. 각 부처의 구체적인 기능 배분은 추후 하겠다”고 말했다.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에 현행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어떤 실국을 옮길지 등 각 부처 기능과 관련한 세부 개편안이 아직 정리가 안 됐다는 얘기다. 정부 위원회 개편안도 다음으로 미뤘다. 인수위는 이를 청와대조직개편안과 함께 공개할 계획이다. 한 관계자는 “부처별 하부조직 및 인력조정 등 2차 추가 개편안 발표까지 남은 과제가 많다”고 말했다.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에 따라 부처보다 부침이 큰 위원회의 경우 새로 만들어지거나 기능이 강화될 위원회와 없어질 위원회가 결정돼야 한다.
우선 이날 통폐합이 결정된 국가과학기술위원회와 원자력위원회 외에도 방송통신위원회는 조직은 유지되지만 기능 조정이 필요하다. 금융위원회 등 금융 관련 조직은 당장 변동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 간사는 다만 “(개편 방향을) 로드맵에 담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의원 시절 주도한 ‘사회보장기본법 전면개정안’에 따른 복지 정책의 컨트롤타워인 사회보장위원회가 국무총리 산하에 신설될 예정이다. 국민대통합위원회도 상설기구화되며 선거 기간 공약으로 내건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도 기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 민주, 강하게 반대 못할 듯
세부 개편안 마련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조직 논의는 일단 국회로 공이 넘어갔다. 관련법인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24일 열리는 1월 임시국회를 전후해 논의를 본격화해 새 정부가 출범하는 다음 달 25일 이전 정부의 조직정비를 마치겠다는 구상이다. 민주통합당은 “야당의 사전 의견청취 과정이 없었던 것은 매우 아쉽다”며 즉각적인 평가를 유보했지만 강한 목소리로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해양수산부 부활은 민주당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고 경제부총리는 김대중 정부 때 부활됐던 제도란 점에서다.
○ 설익은 발표
인수위 국정기획조정분과는 지난 주말 박 당선인에게 개편 시안(試案)을 보고하며 사실상 큰 틀의 작업은 마무리했다. 하지만 발표 시점은 전격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의 한 관계자는 “오늘 아침에서야 발표를 할지가 결정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발표를 서두른 듯한 흔적도 곳곳에서 감지됐다.
인수위는 이날 정오경 “오후 4시 정부조직개편 관련 발표 예정”이라고 알렸지만 실제 발표는 4시 10분→4시 25분→ 5시 등으로 계속 늦어졌다. 김용준 인수위원장과 진영 부위원장, 윤창중 대변인 등이 오후 4시 15분경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하다 “발표문을 좀 바꿔야겠네”라며 다시 발걸음을 돌린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서둘러 발표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렸다. ‘이명박 인수위’는 출범 뒤 22일 만인 2008년 1월 16일 정부조직개편안을 발표했는데 ‘박근혜 인수위’는 이 기간을 열흘로 앞당겼다. 한 핵심 관계자는 “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부처가 업무보고까지 활용해 영역 다툼을 벌이자 당선인이 이런 시도를 차단하고 빠르게 중심을 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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