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과 예술단체들이 한 해의 작품 라인업을 앞서 공개하는 시즌제가 국내에서도 정착되는 추세다. 시즌제의 ‘꽃’은 티켓 패키지다. 티켓 패키지는 공연을 여러 개 묶어 할인 판매하는 제도다. 관객은 좋은 좌석을 저렴하게 구하고 공연장과 예술단체는 안정적으로 관객을 확보할 수 있다. 판매가 취약한 공연은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효율적인 운영을 할 수 있다.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은 올해 티켓 패키지를 선보인다. 이들 발레단은 간헐적으로 드물게 패키지를 내놓은 적이 있으나 시즌 공연을 본격적으로 묶은 건 처음이다. 지난해 잇따른 흥행 성공에 힘입어 마케팅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유니버설발레단은 공연 4개를 묶은 ‘로열 패키지’(R석)와 ‘스페셜 패키지’(S석)를 각 200세트씩 판매한다. 국립발레단도 16일 상반기 공연 세 작품으로 구성한 패키지를 내놓았다.
하지만 시즌제 도입 초기 단계인 만큼 티켓 패키지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넘어야 할 산이다. 지난해 9월부터 2012∼2013 국립레퍼토리 시즌을 처음으로 시도한 국립극장은 지난해 하반기 공연을 대상으로 패키지 티켓을 내놨으나 판매가 저조했다. 국립극장 측은 “지난해 창극, 한국무용, 국악관현악을 장르별 패키지로 묶어 40∼50% 할인한 가격에 내놨지만 기대에 못 미쳤다”면서 “올해 어떻게 패키지를 구성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비인기 장르의 신작으로는 패키지 효과가 없었던 것. 국립극장은 앞으로 레퍼토리 작품을 꾸준히 무대에 올리면 패키지 판매가 순항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명동예술극장은 올해 처음으로 10편의 공연 라인업을 공개했지만 티켓 패키지를 꾸리기에는 갈 길이 먼 상황이다. 명동예술극장 측은 “시즌제와 함께 티켓 패키지 제도를 오래전부터 준비했지만 워낙 변동사항이 많아 시행은 보류 중”이라고 밝혔다. 모두 자체 제작이다 보니 각 공연마다 출연 배우가 확정되지 않고 일부 공연은 공연 시기도 유동적이어서다.
패키지 티켓 판매에 성공한 경우는 이미 기량이 검증됐고, 레퍼토리의 품질에 대한 판단이 가능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티켓 패키지 제도를 도입한 LG아트센터는 2000년 개관부터 해외 명품 공연 중심의 기획공연을 대상으로 ‘시즌 패키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해마다 평균적으로 전체 티켓 판매량의 15∼20%가량을 패키지 판매가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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