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내 인생의 전부’인 어린 딸이 큰 사고를 당할 뻔했던 아찔한 순간이 있었다. 런던 특파원으로 근무하던 때였다. 수업이 끝난 둘째 딸을 데리러 초등학교에 갔다. 아빠를 본 딸이 반갑다고 뛰어오는 순간 자동차 한 대가 총알처럼 그 앞을 지나갔다. 어린 딸이 눈앞에서 거품처럼 사라지는 것 같았다. 너무 놀라 딸의 이름을 부르며 정신없이 뛰어갔다. 한평생 가슴속에 눈물을 한 가득 안고 살아가야 할 줄 알았다. 그러나 아이가 발걸음을 급히 멈춘 덕분에 천만다행으로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
운전자가 관심과 주의를 기울이면 막을 수 있는 게 교통사고다. 교통사고의 대부분은 과속 등 법규 위반 때문에 일어난다. 법규를 준수하는 게 안전을 지키는 방법이다. 대한민국의 미래인 우리 아이들을 지키는 일에는 반칙과 편법이 없어야 한다.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재직하며 2010년부터 어린이 교통안전을 중점적으로 추진했다. 등하굣길이 안전하도록 전국의 모든 초등학교 주변을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해 관리했다.
현장을 방문했던 서울 효제초등학교 후문 앞 횡단보도는 교문과 일직선상에 있어 아이들이 녹색신호만 보고 횡단보도를 향해 뛰는 일이 잦았다. 한 어린이가 귀한 목숨을 잃기도 했다. 그래서 횡단보도 위치를 옆으로 10m 정도 옮기고 안전펜스를 보강했다. 그런 위험이 있는 전국의 다른 학교도 찾아 고쳐나갔다. 또 스쿨존에 폐쇄회로(CC)TV와 과속방지턱 같은 안전시설을 설치했다.
불법 주정차 및 신호위반에 대해서는 과태료와 범칙금을 가중 부과했다. 등하교 때 같은 방향의 아이들이 자원봉사자의 인솔하에 함께 이동하는 ‘워킹스쿨버스’도 시작했다. ‘스쿨존은 시속 30km 이하로 서행하자’는 노란 스티커를 차량 뒤에 붙였다. 녹색어머니회 시민단체 민간기업 교육과학기술부 경찰청 지자체가 함께했다.
그러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연평균 160여 명의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가 2011년부터 연간 80여 명 수준으로 줄었다. 전체 교통사고에 대한 어린이 사망자 비율은 1.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2%)보다 낮아졌다. 관심과 정성이 매년 80여 명의 어린 생명을 구하고 3000명 이상이 다치는 것을 막은 것이다. 아이를 둔 부모 마음을 다소나마 안심시킬 수 있게 돼 기쁘다.
동아일보의 ‘시동 꺼! 반칙운전’ 시리즈에서 지적한 것처럼 교통법규를 지킨다면 더 많은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행안부도 적극 동참하겠다. 운전 중에 DMB를 보거나 담배꽁초를 창밖으로 무단으로 버려 안전을 해치는 부주의한 행동도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관심과 정성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든다. 정부도 어린이 교통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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