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경기 김포시, 국내 최대의 벽지 전문 제작업체 ‘신한벽지’ 생산 공장. 면접 대기실에는 침묵이 흘렀다. 오늘의 경쟁자이자 장차 동료가 될지도 모를 7명의 지원자들은 면접을 앞두고 저마다 마지막 준비를 하고 있었다. 종이컵을 만지작거리며 크게 호흡을 하는 사람도, 가져온 이력서를 다시 한 번 훑어보는 지원자도 있었다. 이미 서류전형을 통과한 이들은 20대 한 명을 빼고는 모두 30대였다.
“자, 지원자들 밖으로 나오세요.” 어색한 침묵을 깨는 현장 직원의 한 마디. 영문도 모른 채 나온 지원자들은 직원을 따라 약 20분간 공장으로 가서 벽지 제조공정을 둘러본다. 면접 전 현장 견학은 신한벽지 현장근무자 채용 과정의 필수 관문이다. 홍영태 신한벽지 총무부 차장은 “회사의 구조와 실제 업무를 설명하는 동시에 현장 근무에 겁먹고 도중에 빠져나갈 사람들을 미리 추려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 옥석 가리기 위한 실용 면접
“공장을 둘러본 소감은 어떤가요?”
현장 견학 후 바로 시작되는 면접은 견학 소감을 묻는 말로 시작된다. 옆 참가자가 대답하는 사이 지원자들은 저마다 자신의 답변을 생각하느라 바빴다. 자기소개, 자신의 장·단점 등 대표적인 기본 질문이 끝나고 지원자별 면접관들의 세부 질문이 이어졌다.
옆에서 지켜보다 질문이 참 특이하다고 느꼈다. 지원자의 비전이나 역량에 관한 질문 대신 집에서 출근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기숙사 생활을 하면 아내와 아이들에겐 뭐라고 말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상황을 묻는 질문이 이어졌다.
현장직 채용을 총괄하는 이은수 신한벽지 이사는 “중도에 하차하지 않고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근무자들을 가려내기 위해서”라며 배경을 설명했다. 일반 막노동과 달리 벽지 생산은 1∼3년 이상 교육받은 숙련공이 필요해 한 명의 직원이라도 이탈하면 타격이 더 크다는 얘기다.
지원자들의 공백기간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이 이사는 “오랜 시간 면접관 일을 하다보니 공백 없이 쉬지 않고 일한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성실했다”며 “공백 자체가 문제되진 않지만 그동안 한 일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면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30대 기혼자들이 책임감이 뛰어나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편이라는 말도 보탰다.
차례가 돌아올 때마다 지원자들은 자신의 경험과 능력을 강조하기 위해 애썼다. 지난해 신한벽지 현장직에 지원했다 탈락했던 주용민 씨(35)는 “이 회사에서 내가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 다시 지원하게 됐다”고 힘주어 말했다. “14개월 된 아이가 눈에 밟히지만 가장의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서라면 혼자 기숙사 생활도 할 생각이 있다”는 그의 말에 면접관들이 그를 쳐다봤다.
질문을 마친 면접관들이 회사에 궁금한 점이 있느냐고 묻자 지원자들이 기다렸다는 듯 손을 들었다. 2교대 근무시스템, 업무 분장, 기숙사 입사 등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이 이어졌다. 회사 관계자는 “채용 면접은 회사와 구직자가 서로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자리”라며 “면접 막바지에 질문을 받는다”고 말했다.
○ “해외에서 활로 찾겠다”
1996년 설립된 신한벽지는 시장점유율 30%인 국내 최대 벽지 제작업체다. 다른 업종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벽지 한 우물만 파왔다. 지난해 매출은 900억 원, 전체 직원은 160여 명 수준. 신한벽지는 불황에 따른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도 수출을 늘려가며 활로를 찾고 있다. 현재 세계 45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천지인’, ‘베레나’, ‘샤르망’ 등 제품 브랜드를 다양화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신한벽지는 올해 20여 명을 증원할 계획이다. 이달 들어서만 벌써 두 번의 현장직 면접을 실시했다. 회사 측은 수요에 따라 수시채용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공장 인근에 5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 2개 동(棟)이 있어 직원들의 편의도 보장했다는 설명이다.
이은수 이사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기술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환영한다”며 “세계 1위를 목표로 함께 달릴 인재를 기다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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