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표적 외교 브레인인 친야칭(秦亞靑) 중국외교학원 상무부원장은 7일 베이징(北京) 시청(西城) 구 잔란(展覽) 로 중국외교학원 사무실에서 진행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정은 북한 정권이 핵실험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상황은 평화적 굴기를 강조하고 미국 및 아시아 주변국과의 공존공영을 내세우는 중국을 곤란하게 만들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아시아는 이제 격변의 시대를 맞고 있다. 독수리(미국)와 용(중국)은 아시아에서 상호 탐색전을 활발히 전개 중이다. 용의 굴기(굴起·우뚝 일어섬)에 맞서 독수리는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Pivot to Asia)’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영유권을 두고 중국과 일본은 전쟁이라도 불사할 태세다. 친 부원장에게서 세계와 인류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아시아 및 한반도의 현재와 미래를 들어 봤다.
○ 동북아의 불안 요소인 북한의 미래
―시진핑(習近平) 시대 중국 정부의 대북 정책은 어떻게 변할까.
“기본 정책은 변할 수 없다. 분명히 말하지만 안정이 우선이다.”
―국제사회는 미래 동북아 질서의 가장 큰 불안 요소인 북한에 대한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하고 있는데….
“중국이 북한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최근 중국에서 유행하는 휴대전화 단문메시지(SMS)에 이런 얘기가 있다. 김정은이 중국 최고 지도자에게 전화를 걸어 ‘미사일을 발사하려고 한다’라고 전했다. 중국 지도자가 다급하게 ‘언제 발사하느냐’라고 묻자 ‘10’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래서 ‘10일 뒤…’라고 되묻는 찰나 수화기로 ‘9, 8, 7…발사’라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중-북 관계의 현실을 풍자한 것이다.”
―북한이 다시 핵실험으로 도발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다시 도발한다고 공격하거나 다시 제재하겠나. 또 누구를 대상으로 제재할 것인가. 국민은 이미 가난하고 먹을 것도 없다. 진정 제재하고 싶은 게 북한 지도자일지 모르지만 실제로 영향 받는 사람은 북한 주민이다.”
―북한이 제3차 핵실험을 진행한다면 중국은 용인한다는 소리인가.
“중국은 이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이미 밝혔다. 중국은 북한이 핵무기 개발과 관련해 가장 강력한 조치를 내놨다. 중국, 동북아 지역, 세계의 안정 등 어느 각도에서도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지지하지 않는다. 중국은 정말로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중국은 제재에 대해서는 신중하다.”(친 부원장 인터뷰가 진행된 7일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2일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 2087호 내용이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는 북한 사회의 폐쇄성으로 대북 제재가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점을 설명했다.)
―중국이 북한 제재에 수동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중국 정계와 학계에서 제재로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제어할 수 있을지에 대해 토론한 적이 있다. 과거의 제재는 별로 효과가 없었다. 종종 역효과를 낸다. 북한을 압박하면 할수록 더 멀어진다. 중국의 최고 지도자부터 부장(장관)들까지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해) 정말 많이 노력한다. 하지만 어떤 때는 거의 효과가 없다. 중국은 또 기본적으로 국제관계에서 제재를 주장하지 않는다.”
―제재가 아닌 방식으로 북한의 핵개발을 막을 방법이 있을까.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지역 안보 메커니즘이 있어야 한다. 중국 미국 일본 한국 러시아가 참여하고 조정을 위해 스웨덴 등 일부 유럽 국가도 참여해야 한다. 중국에는 ‘맨발인 사람은 신발 신는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光脚的不파穿鞋的·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은 두려울 게 없다)’란 말이 있다. 불안하니까 모험을 하고, 모험을 하니까 외부에서 제재를 하고, 다시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것이다. 북한이 계속 불안을 느낀다면 계속 막무가내가 될 것이다.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끌어야 한다. 안보 메커니즘에 대해 북한이 안전하다고 느낀다면 이후의 길은 비교적 괜찮아질 것이다.”
○ 중국이 꿈꾸는 미래
―중국의 굴기에 대한 우려가 많은데….
“평화적 굴기는 확실히 가능하다. 시대가 변했다. 18, 19세기에 국가 이익, 영토를 확대하기 위해 전쟁을 벌인 것은 과거일 뿐이다. 과거 전쟁 발발 기준에 따른다면 현재 중국과 일본은 이미 전쟁 중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의 사람들은 전쟁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덩샤오핑(鄧小平) 이래 현재까지 중국 지도자는 대규모 전쟁은 없다고 분명히 생각하고 있다. 중국은 싸울 능력도, 싸울 의사도 없다.”
―역사적으로 볼 때 대국의 평화적 굴기는 없지 않았나.
“옌쉐퉁(閻學通) 칭화대 국제문제연구소장 등이 그런 주장으로 군사력과 동맹 강화를 주장한다. 나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미국과 같은 동맹 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우리로서는 불가능하다. 동맹을 맺고 싶어도 남들이 우리와 동맹을 맺으려 하겠는가. 한국 유럽 호주가 중국과 동맹을 맺으려 하겠는가.”
―중국이 희망하는 다른 나라와의 관계는….
“공동 번영을 위해 협력하는 관계다. 세계경제의 침체기에도 중국이 성장하는 것은 엄청나게 큰 국내 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활용하면 많은 문제를 풀 수 있다. 경제 협력을 충분히 이용한다면 중국은 다른 국가들과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시진핑 총서기 시대의 중국 외교의 핵심은 무엇인가.
“두 글자로 표현할 수 있다. 웨이원(維穩·안정 유지)이다. 3가지 측면의 함의가 있다. 중국과 대국 관계, 중국과 주변 국가, 중국 국내의 안정이 그것이다. 현재는 외정과 내정을 분리하기가 참 어려운 시기다.”
○ 용과 독수리, 협력이냐 대결이냐
―미국의 아시아태평양지역 회귀를 어떻게 보나.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한 기고문에서 ‘21세기는 미국의 아태 세기’라고 밝혔다. 2010, 2011년 미국의 아태 지역에 대한 투자가 급증했다. 군사동맹 관계를 강화하고 외교 활동이 빈번해졌다. 고위 외교관들이 아시아 국가를 자주 방문하고 있다. 미국의 전체 전략 방점이 아태 지역, 특히 동아시아 지역에 치우치고 있다.”
―아시아의 미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미국의 아태 지역 회귀 이후 일련의 분쟁을 포함한 불안정한 요소가 아주 많이 증가했다. 특히 안보문제가 그렇다. 미국의 아태 지역 투자는 군사와 안보 영역에서 시작된다. 전통적인 안보 영역에서의 협력은 매우 어렵다. 종종 제로섬 게임을 불러온다. 아태 지역은 미국을 배제할 수도, 배제할 능력도 없다. 미국의 아태 회귀가 협력을 북돋우기 위한 것인지, 막기 위한 것인지가 중요하다. 협력을 증진시키는 것이라면 커다란 진보다. 하지만 분열과 불안정을 야기한다면 문제가 있다.”
―중국의 대응은….
“중국은 경제 협력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다. 또 중국과 미국은 반드시 정책 협의, 동아시아 지역에 관한 정책 협의를 해야 한다. 중국과 미국은 상대방과의 큰 충돌을 절대 원하지 않는다. 양국에 모두 자신만의 최소 요구 사항이 있다. 동남아 국가들은 중국 미국 양국과 전략적 협력을 계속 유지하고 싶다고 명백히 밝혔다. 그들은 중-미 양국 사이에서 어느 편에 서기를 원하지 않는다. 이게 그들의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 중국, 이웃 국가와 ‘윈-윈 관계’ 위해 노력
―중국과 이웃 국가의 미래 협력 전략은 어떤 것이 있나.
“과거 10년 동안 ‘10+3’(아세안+한중일 3개국)의 협력은 아주 좋았다. 동아시아 지역 협력은 1998년 금융위기 이후 더욱 힘을 받은 뒤 협력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누구도 막을 수 없다. 모든 국가가 발전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유권 문제로 일본 베트남 필리핀과의 관계가 나날이 악화되는데….
“격렬해지는 문제를 차츰 식혀야 한다. 하루 이틀 사이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계속 뜨거워진다면 누구도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오게 된다. 댜오위다오와 (필리핀과의) 황옌다오(黃巖島) 문제에서 중국은 억울한 측면이 있다. 중국이 먼저 발생시킨 문제가 아니다. 중국 여론은 예전보다 훨씬 공개적으로 변했다. 이런 국민 여론 압박에는 손 쓸 방법이 없다.”
―중국이 오히려 적극적으로 위기를 고조시키는 것이 아닌가.
“댜오위다오 사태는 일본의 국유화 조치로 초래됐다. 중국이 반격하지 않으면 정부의 합법성이 훼손된다. 영토 민족 문제는 매우 민감하므로 전 민중의 감정이 분출한다. 어쨌든 일본이 먼저 사태를 일으켰으니 먼저 해결 의지를 보여야 한다. 중국 지도자가 먼저 손을 내밀기는 어렵다. 중국은 한쪽으로는 국내에서 치솟는 반일 여론을 제어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쪽도 별로 그럴 의사가 없는 듯하다.
“아베 총리 취임 이후 미일동맹 강화 움직임 등 일련의 움직임은 사태를 악화시키려는 태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아베 총리 취임 이후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싶다고 말하지만 말 뿐이지 행동은 없다. 중-일 관계는 단시일 내에 좋아지기 어렵다.”
―한국 새 대통령의 대중 정책에 대해 어떤 기대를 하나.
“우리는 기대가 정말 많다. 영유권 분쟁 등 핵심 이익이나 국제 문제 등에서 최소한 중국의 방침을 이해해 줬으면 한다. 또 젊은이들의 교류를 강화해야 한다.”
○ 친야칭 상무부원장은
친야칭(秦亞靑·60) 중국외교학원 당위원회 서기 및 상무 부원장은 외교 문제를 연구하고 정책을 제안하는 중국의 외교 전문가이며
온건파의 대표적 인물로 분류된다. 한반도와 가까운 산둥(山東) 성 출신으로 산둥사범대를 나와 미국 미주리대에서 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 외교부 산하 연구 교육기관인 외교학원에서 1984년부터 일해 왔다. 외교학원은 중국 외교의 초석을 놓은
저우언라이(周恩來) 전 총리가 외교 분야 핵심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세운 고등교육기관으로 외교관의 요람이라고도 불린다. 친
부원장은 공산당 핵심 수뇌부인 중앙정치국 위원들의 집체(集體·집단)학습에서 외교 정책과 관련해 강의할 만큼 중국 정부의 외교전략
수립에 깊이 관여해 왔다. 2008년 10월부터 중국 외교부 외교정책자문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저서와 번역서로 ‘패권 체계와
국제충돌’ ‘국제정치의 사회이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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