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특정업무비 관리강화 두차례나 무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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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2007년-2010년 지적… 이동흡 재판관 재임과 겹쳐

국회가 2007년과 2010년 헌법재판소에 특정업무경비 관리를 강화해 줄 것을 두 번이나 요구했지만 헌재는 이를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교롭게도 특정업무경비 사적 유용 의혹을 받고 있는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헌재 재판관 재임 기간(2006년 9월∼2012년 9월)과 겹친다. 이 후보자는 “재판에 필요한 자료 등을 구입하는 데 쓰라”라고 헌재가 지급하는 특정업무경비를 6년간 월평균 400만 원씩(총 3억2000만 원) 수령해 이를 자신 명의의 단기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 계좌 등에 넣고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동아일보가 23일 입수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헌재 결산안 검토 보고서(2007∼2010년)’에 따르면 국회는 2007년 헌재에 “특정업무경비를 경상경비처럼 쓰고 있다. 특정업무경비의 취지에 맞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2010년에는 “특정업무경비를 업무추진비, 직무수행비 형식으로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라고 지적했다. 헌재의 소관 상임위인 법사위 관계자는 “헌재는 ‘시정하겠다’라고 답변했지만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옛 판공비인 업무추진비(지난해 기준 2093억 원)는 카드로만 지급되기 때문에 어떻게 썼는지를 알 수 있다. 반면 헌재를 비롯한 경찰, 검찰, 국세청 등 수사·조사 기관에 지급되는 특정업무경비(6470억 원)는 영수증이 없을 때는 ‘지출 명세’를 써 내면 된다. 헌재 관계자는 “헌재 재판관의 경우 업무추진비가 지급되지 않기 때문에 특정업무경비는 주로 부서 운영비, 회식비 등으로 쓰인다”라며 “만약 이 후보자가 특정업무경비를 딸의 유학비나 개인적인 경조사에 썼다면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법조계 한 인사는 “특정업무경비에는 ‘공무원의 양심을 믿는다’라는 전제가 깔려 있는 것이지만 이 후보자의 일로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영수증 제출 등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헌재#특정업무비#이동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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