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5시 경남 창원시 진해구 용원동 의창 수협수산물위판장. 두꺼운 외투를 입어도 찬바람이 매섭게 느껴지는 겨울 새벽이지만 이곳엔 활력이 넘쳤다.
“어이∼ 자, 헤이∼ 야, 알(암컷) 4만3000원에 11번이요∼ 곤(수컷) 8만 원에 77번이요….” 펄떡거리는 물고기 앞에서 경매사의 경쾌한 목소리는 싱싱한 대구를 차지하려는 상인들의 손놀림과 묘한 조화를 이뤘다. 활어 경매 현장이다.
이날 가덕대구 물량은 유난히 적었다. 60cm 이상 중급 수컷이 10만 원에 낙찰됐다. 비슷한 크기의 암컷은 4만, 5만 원 선. 오전 8시경 경매는 끝났다.
생선의 제왕 대구, 그중에서도 옛날 임금에게 진상했다는 가덕대구. 요즘이 제철이지만 1월이 금어기라 어획량은 12월의 2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날 경매된 가덕대구는 37마리에 불과했다. 경매사인 손성범 의창수협 유통사업과장(57)은 “지난달만 하더라도 용원항 일대가 온통 가덕대구 천지였는데 지금은 임금이 와도 구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그래도 주말이면 용원항에는 명품 가덕대구를 사려는 시민들로 북적거린다.
시원한 맛으로 애주가의 사랑을 받는 겨울철 별미는 역시 대구탕. 걸쭉하면서도 맑은 맛이 혀에 척 감기면 “음…”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대구탕의 특별한 맛을 좌우하는 건 이리, 즉 정소다. 탕 속에 내장처럼 보이는 것이 이리다. 수컷 대구 가격이 암컷에 비해 배 이상 비싼 것은 이 때문이다.
대구는 북태평양에서 사할린, 포항 앞바다를 거쳐 오는 회귀성 어종. 포항 근해를 지나면서 맛이 들기 시작해 가덕도까지 와야 비로소 제맛이 난다. 12월부터 2월까지 산란을 위해 가덕도 부근을 찾을 때가 맛이 가장 좋다. 김영일 가덕도 동선어촌계장(68)은 “가덕도 일대는 해수와 담수가 교차하고, 물살과 파도가 세 대구 육질이 좋은 것 같다”며 “다이어트는 물론이고 고혈압 등 성인병 예방에 좋다”며 가덕대구를 자랑했다.
대구는 아가미에서 내장까지 버릴 게 하나 없다. 겨울 찬바람에 잘 말린 대구포도 맛이 일품이다. 대구뽈찜은 저녁밥상 밥도둑 메뉴로도 그만이다. 원래 회로는 잘 먹지 않지만 요즘에는 대구회를 즐기려는 사람도 적지 않다. 내장젓, 알젓, 대구장아찌까지 등장했다.
대구는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남해안 환경 변화로 연간 잡히는 수가 극히 적어 한 마리에 40만 원을 호가하기도 했다. 8년 전부터는 부산 강서구와 의창수협이 공동으로 매년 6억 개의 수정란을 방류하는 사업을 벌여 개체수가 많이 늘어났다. 강신현 의창수협 상무(51)는 “자원이 풍부해 매년 어획량도 늘고 있다. 하지만 금어기 때만큼은 공급량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금어기인 요즘 가덕대구를 잡을 수 있는 어민은 의창수협 소속 어민 2300여 명 중 강서구청으로부터 ‘포획금지 해제 허가’를 받은 동선어촌계 어민 20여 명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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