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2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공동기자회견장에 들어올 때 기자들은 의아해했다. 박 당선인이 지명될 국무총리 후보자와 함께 기자회견장에 들어오리라 생각했는데 혼자였기 때문이다.
기자들의 시선은 10분 전부터 기자회견장 단상에 앉아있던 김용준 인수위원장에게 자연스레 쏠렸다. “설마….” 기자들은 그가 인수위원장 자격으로 회견에 배석한 것으로만 생각했다. 박 당선인이 “저와 함께 새 정부를 이끌어갈 총리 후보자는 현재 인수위원장을 맡은…”이라고 말하자 곳곳에서 “아…”라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를 유력하게 거론하거나 주목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인수위원장이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전례가 없는 데다 김 위원장 스스로 인수위원장을 맡으면서 “인수위원은 법에 정해진 임무가 끝나면 원래 상태로 복귀하는 걸 원칙으로 한다”고 했었다.
김 위원장이 대선 때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음에도 인수위원장 후보로 눈여겨본 이가 많지 않았듯 이번에도 ‘등잔 밑’이 어두웠던 셈이다.
그동안 인수위 안팎에선 청렴함과 신망을 근거로 김능환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과 조무제 전 대법관, 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 등을 유력한 후보로 꼽았다. 호남 출신의 김황식 현 국무총리의 유임설까지 나왔다. 인수위 진영 부위원장은 23일 밤 자택 앞에서 기다리던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금 나오는 이름은 다 소설”이라고 했다. 결과적으로 그 말이 맞은 셈이다.
당선인 측 관계자들은 발표 날짜마저 입을 닫았다. 채널A 기자가 23일 밤까지 이틀에 걸쳐 당선인비서실의 이정현 정무팀장 자택을 찾았지만 이 팀장은 “총리 후보자 발표를 24일에 하지 않을 것이다. 총리 인선이 시급한 게 아니다”라고 했다. 기자들은 김능환 전 위원장을 비롯해 하마평에 오른 인사들의 자택을 방문하며 취재했다. 23일 밤 동아일보 기자는 김용준 후보자의 자택도 찾았다. 밤늦게까지 기다려도 김 후보자는 들어오지 않았다. 초인종을 눌렀지만 응답이 없었고 집안의 불도 꺼져 있었다. 취재를 피하기 위해 아예 집을 비웠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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