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청년 김모 씨(28)가 대한민국에서 느낀 감정 변화가 그랬다. 그는 북한에서 보호자 없이 구걸하며 떠돌던 ‘꽃제비’ 출신이다. 2006년 탈북 과정에서 북한 보위부에 붙잡혀 코와 눈, 머리뼈를 다쳤다. 그해 다시 탈북한 뒤 중국 라오스 태국을 거쳐 2007년 9월 한국 땅을 밟았다. 한국에서도 그는 혼자였다.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할 수 없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김 씨는 2010년 다친 부위를 수술하기 위해 대부업체에서 400만 원을 빌렸다. 하지만 돈을 갚지 못했다. 정부에서 받은 임대아파트 보증금 750만 원을 대부업체에 압류당했다. 그해 탈북자 대안학교인 여명학교에 입학했지만 먹고살 길이 막막했다. 결국 2011년 여름, 학교를 그만두고 노숙생활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14일 김 씨는 추위를 피해 서울 성동구 행당동의 한 PC방에서 하루를 보냈다. 27시간을 머문 요금은 2만4800원. 그는 돈이 없었다. 이미 같은 혐의로 10여 차례 경찰서를 들락거린 상태였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1월 17일 김 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는 PC방에서 새터민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에 일자리를 찾는 글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그의 사정을 알게 된 성동경찰서 관계자는 수소문 끝에 일자리와 숙식을 제공하겠다는 관내의 한 의류업체를 연결해줬다. 서울동부지검도 31일 검찰심의위원회에서 김 씨를 기소유예 하기로 결정하고 석방했다. 담당 검사는 김 씨의 수배를 해제하기 위해 벌금 45만 원을 대납했다. 검찰 직원들은 니트 한 장만 입고 있던 김 씨에게 목도리와 점퍼를 선물했다. 동부지검장도 사비를 털어 용돈 30만 원을 전달했다. 김 씨는 한국의 따뜻한 인정에 눈물을 흘렸다. 그는 “한국에서 이렇게 나쁜 길로 빠져들 줄 몰랐지만 기회를 준다면 당당하게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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