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북한과 접경한 중국 랴오닝(遼寧) 성 단둥(丹東)의 한 의류가공 공장. 드르륵드르륵 재봉틀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한 가운데 20대 초반의 여성 근로자가 북한 말투로 말했다.
그는 북한의 인력송출 계획에 따라 지난달 27일 동료 직원 70명과 함께 이곳에 온 ‘외화벌이 노동자’다. 하지만 자기 월급이 얼마인지는 모른다. 공장 2층 숙소에서 아침에 눈을 뜨면 3층으로 올라가 재봉틀을 돌리고 밤이 되면 다시 숙소로 내려온다. 밖에 나갈 때는 조장에게 외출증을 받아야 한다. 그가 만드는 등산복 중에는 한국의 B사 제품 로고가 찍힌 것도 있었다.
이날 단둥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둥강(東港)의 해산물 가공 공장에서 만난 또 다른 북한 여성 근로자도 자기가 한 달에 얼마를 받는지, 공장 외부에는 뭐가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빨간 작업 점퍼를 입은 이 여공은 2011년 이곳에 와서 벌써 3년째 일하고 있다. 춘제(春節·설) 연휴로 중국인 직원은 모두 고향에 돌아갔지만 그는 공장 내 기숙사와 식당을 오가며 그저 시간이 얼른 흘러가길 기다리는 듯했다.
북한 당국이 주민을 굶겨가면서도 수십억 달러가 드는 핵개발을 할 수 있는 데는 단둥의 여성 근로자들이 이처럼 벌어오는 외화벌이도 한몫하고 있다. 현재 단둥에 있는 북한 근로자는 최소 1만 명이 넘을 것으로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다. 한 택시운전사는 “중국인들도 이제 힘든 일은 안 하려고 한다. 그 자리를 북한 사람들이 채우고 있다”고 말했다.
둥강 해산물 공장의 리모 총경리는 “전체 직원이 1000명인데 이 중 북한 인력이 200명가량 된다”고 말했다. 북한 직원이 없으면 공장 가동이 안 되는 셈이다. 둥강에는 이런 해산물 공장이 3000개에 이른다. 해산물 공장의 근로자들은 대개 오전 6시부터 일을 시작해 오후 4시에 마친다. 한 여성 근로자는 “일이 많을 때는 오후 6시까지도 일한다”고 말했다. 꼬박 12시간 작업대에 서 있어야 하는 셈이다.
여성 근로자 외에도 단둥에서는 아침이면 군인들처럼 두 줄로 열을 지어 출근하는 젊은 북한 여성들을 종종 볼 수 있다. 화장을 곱게 한 이들은 식당에서 일하는 직원들이다. 단둥의 한 소식통은 “얼굴이 예쁘다 싶으면 식당으로, 그렇지 않으면 근로자로 내보낸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 근로자들이 받는 월급은 대략 1300위안(약 23만 원)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60%는 북한 정부와 인력송출회사, 인력중개회사가 떼어간다. 따라서 직원들이 손에 쥐는 돈은 500위안(약 8만7000원) 정도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 돈이 매달 본인들에게 돌아가는지도 불확실하다. 자기 월급 자체를 모르는 것으로 볼 때 월급을 본인이 전혀 수령해본 적이 없을 수도 있다.
북한은 갈수록 인력송출을 늘리는 추세를 보인다. 중국 해관(海關·세관)총서에 따르면 지난해 북-중 교역액은 60억3390만 달러(약 6조5679억 원)로 1년 전보다 7% 늘었다. 하지만 2011년 교역액 증가율이 전년 대비 74%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승폭이 급락한 셈이다. 이는 중국의 경기 둔화와 주요 대중 수출품인 무연탄 및 철광석 가격 하락 때문이다. 북한으로서는 외화를 충당하기 위해 중국의 하층 근로자로 자국민을 송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단둥의 한 한국인 선교사는 “동북 3성의 중국 기업들이 북한과 근로계약을 체결해 수만 명이 새로 유입될 것이라는 말도 있다”며 “정확한 통계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해부터 주위에 북한 사람이 부쩍 늘고 있는 건 사실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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