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딕토 16세 전격 퇴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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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신 더 약해지기전 물러나 교황직 존엄성 지키려한듯

11일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퇴위 이유는 악화된 건강이다. 교황은 퇴위 발표문에서 “교황의 직무는 영적인 특성상 언행은 물론이고 그에 못지않게 기도와 고통으로 수행돼야 함을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많은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충실한 신앙생활에 대한 의문들로 흔들리는 오늘날 성교회를 다스리고 복음을 전파하려면 심신의 강건함이 모두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베네딕토 16세는 1903년 93세에 선종한 레오 13세 이래 최고령 교황으로 2005년 자리에 올랐지만 즉위 전에도 심장발작을 두 차례 겪었고 2011년 10월 처음으로 이동식 연단을 사용했다. 지난해 3월에는 공식석상에서 지팡이를 사용했으며 이후 노쇠하고 피로한 징후를 수차례 드러냈다.

○ 가톨릭교회와 교황직에 대한 존엄성

교황은 2010년 독일의 가톨릭 전문기자 페테르 제발트가 자신과의 인터뷰를 책으로 펴낸 ‘세상의 빛’에서 “육체적으로, 심적으로, 또 영적으로 교황 업무 수행이 어려운 경우에는 스스로 사임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말해 파문이 일었다. 베네딕토 16세는 책에서 “교황의 의무와 잦은 해외 출장에 자주 부담을 느끼곤 한다”며 “때로 육체적인 면에서 내가 일을 해낼 수 있을지 걱정되고 의문이 들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교황은 추기경 시절인 1991년 8월 첫 뇌중풍을 겪고 나서 시력에 문제가 생기고 현기증과 수면장애에 시달리자 요한 바오로 2세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교황의 자진 사퇴 결심 배경에는 교황직에 대한 베네딕토 16세의 이런 종교적 철학이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전 세계 가톨릭교회의 수장으로 막강한 권력과 책임을 가진 교황의 성스러운 직책을 수행하려면 육체적 정신적 건강이 확실히 담보돼야 한다는 베네딕토 16세의 교황관이 주목되는 이유다. 지금 교황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가톨릭교회와 교황직의 존엄성을 지키는 데 적기라고 판단했다는 것.

교황이 스스로 물러나는 전례를 남긴 것에 대해서는 앞으로 교황청이 더 개방되고 민주적으로 변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든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와 바티칸의 권력 갈등이 갈수록 잦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엇갈린다.

○ 과도기적 관리자 역할 마감

교황의 본명은 요제프 라칭거다. 1927년 독일 바이에른 주 마르크틀암인에서 출생해 프라이징신학대와 뮌헨대에서 공부했으며 1951년에 사제 품을 받았다. 프라이징대, 본대학, 뮌스터대, 레겐스부르크대 교수를 거쳐 1977년 뮌헨 대주교가 됐고 1981년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신앙교리성 장관에 임명됐다.

교황청 내 보수파의 거두로 교황에 선출되기 전 이미 타임지의 ‘세계 100대 영향력 있는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005년 4월 너무 나이가 많고 건강이 안 좋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과도기적 관리자가 필요하다는 추기경 내의 중론에 의해 교황으로 선출됐다. 다방면에 걸친 경험과 탁월한 업무능력 등이 부각됐다.

베네딕토 16세는 바오로 6세 이후로 폐지되었던 교황의 의상을 다시 착용하는 등 교회의 전통을 되살리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여성 사제 서품, 낙태, 동성애, 콘돔 사용, 혼전 성관계 등에 강력히 반대하는 태도를 고수해 인권단체들의 비판도 이어졌다. 반면 2010년 교황 사상 처음으로 영국을 국빈방문해 성공회와의 소통을 모색했는가 하면 쿠바를 방문해 가톨릭정신을 전파하는 등 평화와 화해의 발걸음을 계속했다.

[채널A 영상] 차기 교황 선출 비밀회의는 언제?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베네딕토#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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