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와 1970년대 미국 호텔 시장을 주름잡았던 ‘홀리데이인’이라는 체인이 있다. 한국에서는 고급 호텔로 자리매김했지만 미국에서는 별 3개, 즉 고급 호텔과 싸구려 호텔 사이의 틈새시장을 노렸다. 이 전략으로 1958년에 50개에 불과했던 체인 수가 10년 후에는 1000여 개로 급증했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 홀리데이인은 힘을 잃었다. 서비스는 비슷하면서 가격은 더 저렴한 ‘모텔6’ 체인이 등장했고 ‘힐턴’ 같은 고급호텔들도 중저가용 브랜드를 새로 만들어 이 시장에 진출했다. 위아래에서 오는 압력에 샌드위치 신세가 된 홀리데이인은 1988년 영국 기업에 팔렸다.
이렇듯 미국의 호텔산업은 ‘초경쟁’이라 불릴 정도로 브랜드들의 부침이 심하다. 미국호텔협회에 등록된 브랜드 수는 1980년 81개에서 2006년 210개로 늘어났다. 이렇게 치열한 시장에서는 남들과 차별화해 생존하기가 쉽지 않다.
초경쟁 시장에서 살아남은 회사들은 대개 다음의 3가지 전략 중 하나를 사용했다.
첫째, 한 분야만 파고드는 집중 전략이다. 별 1개짜리 저가 모텔에만 집중하는 ‘초이스’ 체인, 그리고 웨스틴, 셰러턴 등 별 4개 이상의 고급 호텔에만 전력하는 ‘스타우드’ 체인이 대표적이다.
둘째, 전면대응 전략이다. 힐턴은 별 2개의 저가 모텔인 ‘햄프턴인’부터 별 5개 럭셔리 호텔인 ‘힐턴’과 ‘월도프 아스토리아’까지 총 11개의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경쟁업체인 메리엇 역시 브랜드가 20종이다. 자금과 운영능력에 여유가 있는 대기업만 가능한 전략이다.
셋째, 집중 전략과 전면대응 전략 모두 쓰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아예 새로운 각도에서 시장을 바라보는 측면공략 전략이 좋다. 1990년대 중반 인터콘티넨털은 비즈니스맨들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유형의 호텔을 개발했다. 간단한 취사가 가능할 정도의 편의시설을 제공하면서 장기투숙을 유도했다. 또 스타우드는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현대적인 인테리어로 꾸민 ‘더블유(W)’ 브랜드를 선보였다.
하지만 측면공략 전략을 구사할 때 유의할 점이 있다. 다른 경쟁업체가 모방 전략을 구사하며 따라온다는 점이다. 홀리데이인의 사례에서 보듯이 한 가지 전략에만 집착하지 않고 유연한 전략을 선택하는 기업만이 초경쟁 환경에서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
이동현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 dhlee67@catholic.ac.kr 정리=조진서 기자 cj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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