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3차 핵실험]BDA식 금융제재-바닷길 차단… 더 강한 ‘채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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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13일 03시 00분


■ 안보리 의장국 한국, 제재논의 주도… 美日도 수단 총동원

한미 대응방안 논의



김관진 국방부 장관(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이 12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성 김 주한 미국대사(김 장관 왼쪽)를 만나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대한 한미 공조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왼쪽은 제임스 서먼 한미연합사령관, 오른쪽은 정승조 합참의장.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한미 대응방안 논의 김관진 국방부 장관(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이 12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성 김 주한 미국대사(김 장관 왼쪽)를 만나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대한 한미 공조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왼쪽은 제임스 서먼 한미연합사령관, 오른쪽은 정승조 합참의장.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북한의 3차 핵실험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조치는 과거 어느 때보다 신속하고 강도 높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대해 추가 제재로 어떤 ‘중대 조치(significant action)’를 할 것인지에 대한 힌트는 지난달 22일 북한 장거리로켓 발사에 대응해 채택한 결의 2087호에 들어 있다. 유엔의 추가 제재 조치와 함께 한국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의 양자 및 다자 차원 제재가 총동원될 것으로 보인다.

○ 유엔 안보리 의장국 한국의 제재 논의 주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12일 “(북한의 3차 핵실험 강행은) 명백하고도 중대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유엔 안보리 순회 의장국인 한국은 이날 북한의 3차 핵실험 관련 논의를 주도했다. 뉴욕에 출장 중인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안보리의 움직임에 가세했다.

안보리는 기존 결의 1718호, 1874호, 2087호보다 표현이나 내용이 강력한 새로운 결의를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

기존 결의에서 ‘촉구한다(call upon)’ 같은 표현으로 된 권고 조치를 ‘결정한다(decide)’로 의무화해 제재 강도를 높이는 방안도 거론된다. 군사적으로 전용될 우려가 있는 품목의 수출입을 통제하는 ‘캐치 올(Catch all)’ 조항을 권고에서 의무 이행사항으로 바꾸는 식이다. 해상 제재 역시 공해상의 의심 선박에 대한 검색 강화를 넘어 북한을 왕래하는 다른 국가 선박의 기항(寄港)을 제한하는 수준으로 강화될 수도 있다.

다만 유엔 헌장 7장 중 군사적 강제 조치를 언급한 42조를 적용하는 새 결의 도출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결의에는 강제 규정인 7장 중 경제제재 등 비군사적 조치와 관련된 41조만 원용돼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이 핵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미국 영토에 쏘는 정도의 상황에서나 42조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후견인 역할을 하면서 한반도 정세 안정을 강조해 온 중국도 이를 수용할 개연성이 거의 없다. 또 군사 제재는 선전포고와 같은 것이어서 한반도가 전쟁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 양자 제재는 북한의 돈줄 막기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이 취할 양자 제재는 금융, 해운 분야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돈줄을 틀어쥐고 불법 자금의 원천인 무기 밀거래도 봉쇄하겠다는 것. 지금까지 한미 당국을 중심으로 논의돼 온 이란식 제재가 구체화될 개연성이 크다. 지난해 국가수권법을 적용한 미국의 ‘2차 보이콧(secondary boycott)’ 식의 제재 및 EU의 재보험 규제로 원유 수출이 막힌 이란의 경제는 큰 타격을 받았다.

제재 대상이 대폭 늘어날 소지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이란만 해도 제재 대상이 150개가 넘는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안보리의 대북 제재 대상은 단체 17개와 개인 9명으로 규모가 작은 편이다.

과거 북한이 “피가 마르는 고통”이라고 했던 방코델타아시아(BDA) 식 금융제재도 다시 거론된다. 북한이 지난해 12월 장거리로켓 발사 뒤 중국에 수십 개의 차명계좌를 개설했지만 중국은 물론 한미 당국이 추적해 왔기 때문에 자금 은닉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 강경한 주요국의 제재 기류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감행함에 따라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 1기의 대북정책인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 정책도 대폭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반도 동해와 서해에서의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통한 무력시위도 당분간 병행할 개연성이 있다.

북한의 핵실험 저지에 총력을 다해온 중국 외교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양제츠(楊潔지) 외교부장도 이날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를 불러 3차 핵실험 강행에 대한 신랄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외교부가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했다. 양 부장은 “조선(북한)이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반대를 고려하지 않고 다시 핵실험을 실시했다. 중국 정부는 이에 강렬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를 표시한다”고 말한 뒤 대화 복귀를 촉구했다. 중국 정부가 불과 몇 시간 만에 2차례에 걸쳐 북한을 비난하고 외교부장이 북한 대사를 부른 뒤 이런 사실을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앞서 평소 친북 성향의 전문가를 포함해 중국 공산당의 속내를 종종 비쳐 온 환추(環球)시보도 ‘중조 관계 파탄’ 등 전례 없는 표현으로 북한을 강력히 비난한 바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 체제의 대북 정책이 갈림길에 선 것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날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에 대해 “현 단계에서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국민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북한 핵실험을 계기로 방어만 한다는 전수(專守) 방위 개념을 바꿔 재무장 기회로 삼으려는 움직임인 셈이다.

북한 핵실험 직후 AP통신을 비롯해 뉴욕타임스 CNN방송 BBC방송 등 주요국 언론은 북한이 장거리미사일에 탑재할 소형 핵탄두 제작에 성공했을 개연성에 비중을 뒀다. 핵실험 장소에서 100여 km 떨어진 중국 지린(吉林) 성 안투(安圖) 현 얼다오바이허(二道白河)와 백두산 일대 주민들은 1분여간 땅이 흔들리는 느낌을 받았다는 중국 언론의 보도도 나왔다.

이정은 기자·뉴욕=박현진·베이징=이헌진 특파원 lightee@donga.com
#핵실험#안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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