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3차 핵실험에 사용된 핵물질의 실체를 파악하느라 모든 정보력을 동원하고 있다. 이번 핵실험에서 HEU가 사용됐다면 북핵 사태는 초유의 사태로 비화될 것으로 보인다. 1, 2차 핵실험에 활용한 PU탄에 이어 HEU탄까지 보유했다면 북한의 핵무기고는 비약적으로 증대되기 때문이다. 북한은 비밀농축시설에서 연간 핵무기 1기 분량인 40kg 정도의 HEU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정보당국은 보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2일 “원자탄의 작용 특성들과 폭발 위력 등 모든 측정 결과들이 설계 값과 완전히 일치하고 다종화된 핵 억제력의 우수한 성능을 과시했다”고 보도해 HEU탄의 핵실험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북한의 3차 핵실험에 사용된 핵물질의 정체를 파악하려면 실험 이후 대기 중으로 퍼져 나간 극미량의 방사성 물질을 2, 3일 안으로 채집해 분석해야 한다. PU탄과 HEU탄은 핵실험 시 유출되는 방사성 물질의 동위원소 비율이 다르기 때문이다.
군 고위 관계자는 12일 “미국이 WC-135 특수정찰기를 동해상에 급파해 핵실험 직후 대기로 퍼져 나간 방사성 가스 검출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정찰기는 2006년 1차 핵실험 때도 동해상에서 방사성 물질을 포착해 북한 핵실험을 확인했다.
하지만 북한이 1차 핵실험 이후 지하갱도를 대폭 보강해 방사성 물질의 외부 유출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2차 핵실험 직후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
이와 함께 이번 핵실험의 폭발력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로선 북한의 핵실험 규모를 추정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는 인공지진파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함북 풍계리의 북한 핵실험장에선 리히터 규모 4.9의 인공지진파가 포착됐다. 2차 핵실험 때(4.5)보다 0.4가 증가했다. 리히터 규모가 0.2 커지면 발생하는 에너지는 배로 증가한다. 산술적으론 3차 핵실험의 폭발력은 2차 핵실험의 4배로 추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군 당국에 따르면 2차 핵실험의 폭발력은 2∼6kt(킬로톤·1kt은 TNT 1000t에 해당하는 폭발력)으로 추정된다. 이 경우 3차 핵실험 규모는 작게는 8kt, 많게는 24kt에 이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이는 기상청 측정만 놓고 본 계산이고 인공지진파 규모에 대한 관련 기관들의 종합적인 분석이 진행 중이어서 정확한 폭발력을 추정하기는 이르다. 또 지하갱도 규모와 지각 구조, 핵폭발 시 지질 상태 등에 따라 오차도 발생할 수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은 3차 북핵 실험의 폭발력은 6∼7kt으로, 정상적 핵무기의 폭발력인 10kt엔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정확한 규모는 시간을 두고 정밀하게 분석해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떨어진 핵폭탄의 폭발력은 각각 21kt과 16kt이었다.
아울러 북한의 3차 핵실험이 지난달 예고한 ‘높은 수준의 핵실험’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당초 군 당국은 북한이 높은 수준의 핵실험을 언급한 만큼 1, 2차 핵실험보다 폭발력을 대폭 높이거나 동시다발적 핵실험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일각에선 북한이 수소폭탄과 같은 핵융합 무기를 테스트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이런 예측은 모두 빗나간 셈이 됐다.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국회 정보위에 출석해 “북한은 핵기술이 있고 장거리 탄도미사일도 갖췄다고 보지만 소형화 및 경량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한 것 같다”며 “현재로선 북한이 핵무기화에 성공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탄두 소형화 및 경량화를 위해 노력하는 중이지만 원자탄을 성공시켰다는 것(북한의 발표)은 과장 광고”라며 “경계를 늦춰선 안 되지만 북핵 능력에 대해 너무 과장되게 알고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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