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보다 위력 세져… 핵탄두 소형-경량화 진전
협상 안먹혀… 韓美 정책 패러다임 전환론 확산
원세훈 “추가 핵실험-핵탄두 실전배치 가능성”
북한이 12일 끝내 3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북한은 증강된 핵 능력을 과시하면서 핵보유국의 지위에 바짝 다가섰다. 1992년 남북이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휴지 조각이 됐다. 북한의 핵 무장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남북관계는 물론이고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요 4개국의 대(對)한반도 정책에 근본적인 변환(패러다임 시프트)이 불가피해졌다.
북한은 이날 오전 11시 58분경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의 핵실험장에서 핵실험을 전격 실시했다. 한미 당국은 북한의 핵실험 직후 이 지역에서 리히터 규모 4.9의 인공지진파가 감지됨에 따라 즉시 감시장비를 총동원해 이를 공식 확인했다. 북한은 인공지진파가 감지된 지 2시간 40여 분이 지난 오후 2시 43분경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3차 지하 핵시험(핵실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북한은 11일 오후 10시경 중국과 미국에 핵실험 계획을 사전에 통보했다고 정부 당국자들이 전했다. 북한은 10일에는 동해 상에 단거리 미사일을 몇 발 발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핵실험의 폭발력은 6∼7kt으로 추정돼 정상적인 핵무기의 폭발력(10kt 이상)보다는 낮다. 1kt은 다이너마이트(TNT) 1000t이 폭발한 것과 같다. 정부는 북한이 어느 정도 핵탄두의 소형화와 경량화에 성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더구나 플루토늄탄이 아닌 우라늄탄 실험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우라늄탄으로 판명되면 북한의 핵무기 대량생산 능력이 확인되는 셈이다. 20년 넘게 정부와 국제사회가 노력해 온 한반도 비핵화 정책과 외교적 대응이 실패했음을 보여 주는 결과이기도 하다.
대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협상으로 북한을 바꿀 수 있다는 환상을 버리고 남한에 전술핵 재배치나 자체 핵개발을 통한 ‘공포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다. 윤덕민 국립외교원 교수는 “우리가 북한의 전력 증강을 견제할 수단이 없다면 어떤 대북정책도 효과를 거둘 수 없다”라고 말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북한이 남한에 핵폭탄을 떨어뜨릴 가능성까지 상정해 전략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대북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은 미국과 중국 내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비핵화가 아닌 비확산, 여기서 더 나아가 군사적 대응까지 포함되는 반확산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성공에 이어 핵탄두의 소형화 및 대량생산 능력까지 갖추게 되면 ‘태평양 너머 북한’이 미국에 직접적 위협이 되는 새로운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무기가 알카에다 같은 테러조직으로 확산될 개연성도 더욱 커진다. 중국에서는 “언제까지 우리가 북한의 생떼를 받아줘야 하느냐”라는 반북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지도부가 과거와는 다른 강도로 북한 핵실험에 대한 응징에 나설 개연성이 커지는 이유다.
그러나 북한의 추가 도발 위협은 더욱 가중될 소지가 크다. 원세훈 국정원장은 12일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3차 핵실험 이후 예상되는 북한의 태도와 관련해 “향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논의를 구실로 추가 핵실험, 이동식 ICBM, 핵탄두 실전 배치 선언 가능성이 상존한다”라고 밝혔다고 여야 정보위 간사가 전했다. 이어 원 원장은 “북한이 대북 제재 논의에 대한 초점 흐리기 및 중국의 북한 비호를 유도하기 위한 차원에서 무력시위 등 도발을 자행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3차 핵실험이 실시된 풍계리 남쪽 갱도에서 동남쪽으로 더 내려간 일부 지역(25m²가량)이 깨끗이 치워졌으며 이는 추가 핵실험을 위한 갱도 건설 작업일 개연성이 크다고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한미연구소가 운영하는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가 이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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