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자진 사임하는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전임 요한 바오로 2세(1920∼2005). 두 교황의 길은 달랐다.
폴란드 출신의 요한 바오로 2세는 455년 만에 탄생한 비(非)이탈리아계 교황이었다. 나중에 현 베네딕토 16세가 된 독일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은 보수적인 성향으로 ‘신(神)의 로트와일러(독일의 맹견)’로 불렸다. 한일관계를 닮은 모국의 악연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요한 바오로 2세의 ‘오른팔’로 꼽히던 라칭거 추기경은 2005년 제265대 교황으로 선출됐다.
두 사람은 ‘하느님의 종들의 종’으로 불리는 교황 자리에서 물러나는 과정에서 다른 선택을 했다. 베네딕토 16세는 “고령으로 직무 수행이 어렵다”는 인간적인 이유를 들어 자진 사임을 선언했다. 반면 요한 바오로 2세는 파킨슨병으로 선종할 때까지 27년간 교황직을 수행했다. 선종 이전에도 그의 육체는 더이상 신의 대리자가 되기 어려운 것이 명확했지만 마지막까지 자신의 권한과 의무를 다했다.
두 교황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1965년) 이후 가톨릭계가 진보 쪽으로 쏠린 가운데 전통을 옹호했다는 공통점을 지녔지만 그 스타일은 달랐다. 요한 바오로 2세는 가톨릭 내부의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정치력과 카리스마가 뛰어났다. 하느님 뜻이라는 이유로 인류에게 행한 잘못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용서를 구한 최초의 교황이었다. 베네딕토 16세는 전형적인 학자풍이었다. 그는 당대 정상급 신학자로 명성을 얻었고, 그 신학의 연장선에서 교회를 지키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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