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日王 야스쿠니 참배는 정치행위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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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서 “참배 요구” 주문에 “美 알링턴묘지 참배한다고 노예제 찬성 뜻은 아니다”
美교수 발언 인용해 답변

국가 공론의 장인 일본 국회에서 급기야 일왕이 야스쿠니(靖國) 신사에 참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8일 각료들의 신사 참배를 자유 의사에 맡긴다고 발언한 데 이은 것이다.

지난해 총선에서 18년 만에 국회로 돌아온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일본유신회 대표는 12일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서 아베 총리에게 올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할 것인지 따져 물었다. 이에 아베 총리는 “외교적 정치적 문제로 삼지 않으려 한다. ‘한다, 안 한다’ 말하지 않겠다. 다만 그 나라의 리더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에게 예의를 표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이시하라 대표는 기다렸다는 듯 “당신은 안 해도 된다. 하지만 국가와 국민을 위해 기도하는 일본 통합의 상징인 천황(일왕)에게 참배를 요구하라”고 주문했다.

아베 총리는 “폐하의 참배에 대해 말할 입장이 아니다”라면서도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에게 경의를 표하는 것은 정치적인 행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또 그는 미국 교수의 말을 인용해 “미 대통령이 노예제에 반대했던 남부군이 묻힌 워싱턴 알링턴 묘지에 참배한다고 해서 노예제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에게 경의를 표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일왕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주장에 동조하는 뉘앙스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태평양전쟁을 주도한 히로히토(裕仁·연호 쇼와·昭和) 일왕은 패전 후 8차례 야스쿠니 신사에서 참배했으나 이곳에 A급 전범이 합사된 1978년 이후에는 한 번도 참배하지 않았다. 2006년에는 일왕이 A급 전범 합사를 불쾌하게 생각해 신사 참배를 중단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메모가 발견되기도 했다. 메모는 히로히토 일왕이 숨지기 직전인 1988년 4월 28일 측근인 도미타 도모히코(富田朝彦·2003년 사망) 당시 궁내청 장관이 작성했다. 아키히토(明仁) 현 일왕도 참배하지 않고 있다.

일본의 한 언론인은 “정치적 행위가 금지돼 있는 천황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아시아 국가들에 과거사를 사죄해 온 천황 스스로도 갈 생각이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정치적 행위가 아니라는 아베 총리의 발언은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이라는 것이다.

한편 이시하라 대표는 현행 평화헌법이 제2차 세계대전 승자인 미국이 만든 것으로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아베 총리는 “현행 헌법은 미군 점령시대에 일주일 남짓한 시간에 만들어진 것”이라며 공감을 표시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아베#야스쿠니 참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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