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10시 8분 서울서부지법 303호. 김종호 부장판사가 사건번호와 함께 그룹 ‘룰라’ 출신 방송인 고 씨(37)의 이름을 불렀다. 미성년자 성폭행 및 성추행 혐의로 지난달 23일 구속 기소된 그의 첫 재판이었다. 하늘색 수의를 입고 흰색 운동화를 신은 고 씨가 법정으로 들어섰다. 뒷머리는 위로 뻗쳤고 눈은 부어 있었다. 변호인들 옆에 선 그는 재판부를 향해 허리 숙여 인사한 뒤 두 손을 가지런히 앞으로 모았다. 김 판사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길 원하냐”고 묻자 고 씨는 “아니다”고 답변했다.
검찰은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A 양(당시 만 13세)을 집으로 데려가 성폭행하고 2011년 7월에는 B 양(당시 만 17세)을 자신의 집에서 성추행한 혐의로 고 씨를 기소했다. 지난해 12월 1일에는 귀가하던 여중생 C 양(당시 만 13세)에게 접근해 자신의 차에 태운 뒤 허벅지를 쓰다듬으며 성추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무표정한 고 씨는 이 같은 기소 내용을 읽어가는 검사의 얼굴을 몇 차례 쳐다봤다.
변호인은 서면 의견서를 통해 고의적인 성폭행 의도가 없었고 폭력을 쓰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변호인은 “A 양과는 합의하고 성관계를 맺었다. B 양과는 연애 감정을 느껴 입맞춤하려 했고 입술이 닿기 직전 B 양이 고개를 돌려 중단했다”고 밝혔다. C 양에 대해서도 “차에 태워 대화하다 태권도를 배웠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리를 눌러본 사실은 있지만 (공소사실처럼) 목덜미를 끌어안아 입술을 맞추고 혀를 집어넣은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변론이 진행되는 동안 고 씨는 여러 차례 자리를 고쳐 앉고 코를 만지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김 판사가 발언 기회를 주자 그는 “연예인이었던 사람으로서 미성년자들과 적절치 못하게 어울린 부분에 대해서는 구치소 생활을 하면서 깊이 반성했고 느끼는 바가 많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정확하지 않은, 일방적인 피해자 진술이 검찰과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나와 가족들이 상처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합의하에 그들(미성년자)을 만났다’고 인터뷰하는 것조차 (대중들이) 좋지 않게 볼 것 같아 억울한 부분이 있어도 말하지 못했다”며 “(재판부에서) 그 부분을 생각해줬으면 감사하겠다”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