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핫 이슈]김종인 “정부, 국민연금 통한 증시 개입 안돼” 발언 이후… 논란 커지는 ‘소방수’ 역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18일 03시 00분


“수익 보고 투자… 개입 현실적으로 불가능” 국민연금 측
“정치적 이해관계 없다고 100% 자신하나” 일부 전문가

2011년 8월 5일(현지 시간) 글로벌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 내렸다. 그 후 첫 주식시장이 열린 8월 8일 전 세계 금융시장은 큰 혼돈을 겪었다. 특히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코스피가 하루 종일 ‘충격과 공포’에 시달리다 전날보다 3.82% 하락했다.

당시 증시에선 “국민연금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느냐”라는 원망 섞인 탄식이 나왔다. 주가가 상장기업들의 부실 때문이 아니라 일시적인 대외충격으로 급락할 땐 국민연금이 나서야 한다는 요구였다. 한국 증시가 유독 선진국 증시에 비해 안정성이 떨어지는 것도 선진국과 달리 시장의 받침대 역할을 하는 자금이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었다.

최근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정부가 국민연금을 통해 주식시장에 개입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다. 이를 계기로 정부가 실제 개입했느냐의 진실 여부를 떠나서 국민연금이 주식시장에 개입하는 게 옳으냐는 것도 또 다른 논란이 되고 있다.

○ 국민연금에 정부 입김 작용하나

김종인 전 위원장은 발언이 논란이 된 이후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도 “정부가 국민연금으로 주식시장에 개입하는 건 상식적으로 판단하는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국민연금은 국내 증시를 좌우하는 외국인투자가의 유일한 대항마로 꼽힌다. 국민연금의 적립금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387조4000억 원으로 일본, 노르웨이, 네덜란드에 이어 연금 중 세계 4위 규모다.

이 중 국내주식 투자액은 전체 연금의 18%인 70조3000억 원으로 2017년까진 3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만 222개, 이 중 9%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도 67개나 된다.

이런 국민연금의 대표인 이사장 임명권은 대통령이 갖고 있다. 이 때문에 김 전 위원장처럼 일각에선 정부가 인위적으로 주식시장 부양에 나선다고 보고 있다. 대통령 입장에선 선거 등 중요한 시기에 주가가 급락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적극 반박하고 나섰다.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정한 중장기 자산배분 전략에 따라 투자에 나설 뿐 외부 압력이 작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정부의 입김으로 투자에 나섰다가 손해를 볼 경우 그 파장이 어마어마한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 주가부양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국민연금이 어떤 의도이든 간에 하락 장에서 주식투자에 나서는 데 대해선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린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처럼 10년 이상 장기 투자를 지향할 경우에는 주가 하락기에 순매수를 늘려 저가로 우량주를 매수하는 게 맞다”며 “이를 의도적인 주식시장 부양으로 보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투자를 연금운용액의 30%가량으로 늘리려면 쌀 때 사는 게 맞다는 논리다.

국민연금이 외국인투자가의 매도세에 맞서 ‘묻지 마 매수’에 나서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도 있다. 김병덕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국인의 매도로 주가가 떨어지면 국민연금뿐 아니라 다른 외국인투자가도 매수세로 돌아선다”고 설명했다.

반면에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를 책임져야 하는데 위험을 굳이 감수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팽팽히 맞선다. 김홍균 서강대 교수(경제학부)는 “국민연금이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없다고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며 “수익률이 낮더라도 안전성이 높은 채권 등에 투자하는 방향이 옳다”고 강조했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 역시 “국가가 국민의 돈으로 대기업의 주가를 떠받치면 빈부격차가 더 심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민소영 인턴기자 부산대 사회학과 4학년
#국민연금#김종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