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경제뉴스]‘금연 작심삼일’ 속 경제학 이론이 모락모락?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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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 한 달…여성-10대 절반 금연 실패 <동아일보 2013년 2월 14일자 A14면>

《 흡연 경력 22년인 회사원 김모 씨(47). 설 연휴가 끝나고 출근한 날 아침, 좋아하지도 않는 자동판매기 커피를 뽑았다. 재떨이가 필요해서다. 김 씨는 1월 1일 금연을 결심했다. 하지만 한 달여 만에 담배를 다시 손에 들었다. 벌써 10번째 반복되는 ‘작심 한 달 금연의 추억’이다. 설 연휴까지는 잘 참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지만 마음은 개운치 않다. 》

:: 이게 궁금해요 ::

희망을 품고 시작한 2013년의 첫 달이 벌써 지나갔습니다. 새해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많은 사람이 가슴 벅찬 신년 계획을 세웠을 텐데, 이를 끈기 있게 지켜나가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해본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입니다. 벌써 계획을 수정했거나 포기했다면 의지가 약해서일까요? 경제학적 이론으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 ‘작심삼일’은 시간 비일관성 때문

새해가 되면 어떤 사람은 금연을 계획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학원 수강 또는 운동을 계획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이처럼 결심을 하는 것은 결심을 통해 얻는 만족감 때문입니다. 건강에 대한 욕구 또는 자기계발을 통해 점차 발전하는 자신의 미래를 기대하며 뿌듯해합니다. 하지만 끝까지 지켜나가기란 쉽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은 직장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 때문에 다시 담배에 손을 대기도 하고 또 어떤 경우에는 새벽 단잠의 유혹으로 자기계발 계획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시간 비일관성(Time-inconsistency)’이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합니다. 현재 시점에서 결정한 미래의 선택이 미래가 현시점이 되었을 때에는 다른 선택으로 바뀔 수 있다는 이론입니다. 가계, 기업, 정부 등 경제 주체들의 선택이 한 시점에서는 최적이었으나 다른 시점에서는 최적의 선택이 아니게 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죠.

어떤 대학의 교수가 매 학기 초에 시험을 두 번 실시하고 각각의 성적 비중을 70%, 30%로 하기로 한 ‘원칙’을 정했다고 가정해봅시다. 학생들은 당연히 비중이 큰 첫 시험을 잘 보기 위해 공부를 열심히 할 것입니다. 이럴 경우 시험 당일 교수의 최적 방안은 결국 시험을 보지 않는 것이 될 수도 있겠지요. 어차피 학생들은 공부를 열심히 했을 테고 그렇다면 교수는 굳이 시간을 들여 문제를 출제하거나 채점을 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이렇듯 당초 세운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선호가 바뀌는 현상을 ‘시간 비일관성’ 또는 ‘동태적 비일관성’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례는 일상생활이나 신문, TV를 통해서도 많이 접할 수 있습니다. 부모가 제멋대로 행동하는 자녀에게 굴복하지 않기로 한 원칙을 지키지 못해 아이가 계속 버릇없이 행동한다든가, 정부가 인질범과의 협상에서 처음엔 ‘비타협 원칙’을 내세웠지만 나중엔 협상을 통해 인질을 구출하기도 합니다.

○ 정부 정책에 시간 비일관성이 나타난다면

이솝 우화에는 ‘양치기 소년과 늑대’ 이야기가 나옵니다. 양치기 소년이 매번 거짓으로 늑대가 나타났다고 이야기하자 나중에는 진짜 늑대가 나타나도 마을 사람들이 거짓말인 줄 알고 도와주지 않았다는 내용입니다. 정부가 양치기 소년이 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정책담당자에게 시간 비일관성이 나타난 것입니다.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율을 낮추려고 통화 공급 증가를 억제하다가 그 목표가 달성될 즈음에 실업을 줄이고자 하는 유혹에 빠져 슬그머니 통화 공급량을 늘리는 것도 시간 비일관성 문제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정책 담당자가 매번 처음의 계획과는 달리 통화 공급에 대한 유혹에 빠지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일관성 없는 정책이 반복되면 사람들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않게 될 것이고 정책 효과는 줄어들 것입니다.

시간 비일관성 문제는 1970년대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면서 이론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했습니다. 정책 당국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경제학자들이 문제를 제기한 것입니다. 이런 문제를 체계적으로 이론화한 공로로 핀 쉬들란과 에드워드 프레스콧이라는 학자들이 2004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두 학자는 이런 문제가 제기되는 이유로 경제정책을 단기적 혹은 정치적 목적 아래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래서 중앙은행이 경기 침체에 그때그때 대응하기보다는 특정한 규칙(준칙)을 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겁니다. 앞서 설명한 ‘대학교수의 예’에서처럼 학생 교육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교수의 시험 당일 최적의 선택은 애초 학생들에게 공표했던 것과는 달리 시험을 보지 않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정책’이 매 학기 반복되다 보면 결국 학생들은 공부를 하지 않게 될 수 있습니다.

○ 신뢰가 가장 중요

이성훈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이성훈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사회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에게 신뢰란 매우 중요한 가치입니다. 또한 신뢰를 지키는 첫 번째 방법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처음의 약속을 잘 지켜나가는 것일 겁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정부 정책 또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상황에 따라 불가피하게 처음의 원칙을 변경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겠지만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양치기 소년’처럼 신뢰를 잃고 종국에는 평판도 나빠질 것입니다.

2013년 새해가 벌써 한 달이 지났습니다. 혹시 새해를 맞아 계획했던 것들을 지켜나가지 못하고 있다면 다시 한 번 심기일전의 굳은 각오로 실천해 보는 건 어떨까요? 주위 사람들로부터 “역시 의지가 대단한 사람”이라는 훌륭한 평판을 얻게 될 것입니다.

이성훈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풀어봅시다

◇이번 주 문제


불황의 그림자가 짙어지면서 경매에 나온 공장이 급증했습니다. 엔저의 영향으로 수출 위주 중소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으면서 “직원을 절반이나 내보냈다” “공장 기계 전원을 아예 꺼버렸다”는 한숨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경매로 처분해도 빚을 갚지 못하는 공장을 두고 ○○○○이라는 신조어가 생겼습니다. 증권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 투자를 했다가 주식을 다 팔아도 빌린 돈을 갚지 못하게 된 계좌인 ‘깡통계좌’에서 나온 이 용어는 무엇일까요.

①한숨공장 ②깡통공장 ③남의공장

④중소공장

◇응모 방법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정답 입력 화면으로 이동합니다. 동아닷컴 기존 회원이면 바로 로그인해 입력할 수 있습니다. 회원이 아니면 동아닷컴 홈페이지(www.donga.com)에서 먼저 회원 가입을 해주세요.

◇응모 마감 및 당첨자 발표

▽응모 마감: 20일(수) 오후 5시

▽시상: 추첨을 통해 정답자 1명을 선발해 ‘갤럭시노트10.1’(와이파이 전용·사진) 1대를 상품으로 드립니다.

▽당첨자 발표: 2월 25일(월) 동아경제 페이스북 페이지(www.facebook.com/dongaeconomy)에 게재합니다.

▶퀴즈 응모하기

※전화 문의는 받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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