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근 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장(57)은 전 서울동부지검 검사 전모 씨(31)의 여성 피의자 성추문 파문이 일자 도의적 책임을 지고 1월 12일 자진 사임했다. 자신이 가르친 제자가 물의를 빚었다는 이유로 로스쿨 원장 자리에서 물러난 그의 결정은 학계와 법조계에 잔잔한 파문을 던졌다. 오 교수는 방학인 7일에도 학교 연구실에 나와 있었다.
오 교수가 대학원장에서 물러나자 일부에선 학교에서 사임을 종용했을 것이라고 했다. 오 교수는 “사임은 제자인 전 씨 한 사람 때문이라기보다는 이로 인해 불거진 로스쿨의 문제를 개선하고 한발 나아가기 위한 자발적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전 씨의 성추문 사건을 보고 로스쿨 운영에 책임을 지는 한편으로 더 나은 교육방향을 제시하겠다고 결심하고 사임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대형 로펌에 들어가는 졸업생보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 일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진 법조인을 많이 배출하는 게 로스쿨의 역할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주변 교수들은 만류했지만 그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오 교수는 추천 과정에서 개인의 인격적인 면을 검증하지 못한 채 성적만으로 추천 여부를 판단하는 로스쿨의 현실을 개탄했다. 로스쿨에 입학하면 학생들은 3년 뒤 변호사 자격시험을 치러야 한다. 교수와 학생 사이에 정서적 교감 기회가 부족한 상태에서 변호사 시험에 매몰될 수밖에 없다. 오 교수는 “인생을 좌우하는 시험이 앞에 놓여있는데 전인교육이 가능하겠느냐”고 말했다.
로스쿨 학생은 6학기 동안 총 90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대부분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학생들은 매일 경쟁에 시달린다. 졸업 즈음에 치르는 변호사시험도 부담스러운 존재다. 변호사 선발 인원은 정해져 있고, 매년 탈락자는 누적될 것이기 때문에 2, 3년 뒤면 로스쿨 졸업생 중 절반 정도는 고배를 마실 수도 있다는 게 오 교수의 설명이다. 오 교수는 최근 자신을 찾아온 한 학부모가 “아들이 고3 때보다 더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토로했다고 전했다. 오 교수는 로스쿨 교수로서 새로운 일들을 진행 중이다. 공익을 위해 일하는 법조인들을 매주 초청해 강의를 열고 모든 학생에게 듣게 할 계획이다. 오 교수는 “지식을 외우기만 하는 변호사시험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로스쿨 설립 목적에 맞도록 다양한 분야의 소양과 공익적 마인드를 충분히 키울 수 있는 풍토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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