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제철]<25>한라봉, 상온 숙성하면 달콤 ‘기다림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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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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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한라봉의 탐스러운 모습. 한라봉은 무작정 큰 것보다 200∼250g짜리가 최상품이다. 수확한 뒤 2주일 이상 숙성하면 산도가 낮아지고 단맛이 강해진다. 동아일보DB
주 한라봉의 탐스러운 모습. 한라봉은 무작정 큰 것보다 200∼250g짜리가 최상품이다. 수확한 뒤 2주일 이상 숙성하면 산도가 낮아지고 단맛이 강해진다. 동아일보DB
14일 제주지역 감귤 주산지인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의 한 비닐하우스 농장. 일주일 전 따낸 주황색 ‘한라봉’이 탐스럽게 익고 있었다. 농장주 윤신근 씨(62)는 “한라봉도 재배에 따라 맛의 차이가 크다”며 “한라봉이 열대과일은 아니지만 비닐하우스 내 온도를 13도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맛이 강한 한라봉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노하우를 소개했다. 주방에서 사용하는 비닐봉지로 한라봉을 하나씩 포장해 상온에 두면 1, 2개월 동안 신선도를 유지하면서 신맛도 사라진다고 했다.

한라봉은 일반 귤(온주귤)과 달리 꼭지가 튀어나온 게 특징이다. 한라봉은 보통 크고 무게가 많이 나가는 것을 좋은 상품으로 인정했지만 최근에는 달라졌다. 개당 무게가 300g 이상인 것보다 200∼250g짜리 한라봉이 최상품으로 꼽힌다. kg당 가격도 두 배나 비싸다.

한라봉은 열매가 늦게 익는 만감(晩柑)류다. 일반 귤처럼 손으로 껍질을 직접 까서 먹을 수 있다. 귤에 비해 껍질의 감촉은 거칠지만 알맹이는 부드럽고 즙이 많다. 껍질을 벗길 때 나오는 향은 인공방향제에서 느낄 수 없는 독특함이 있다. 비타민C가 일반 귤에 비해 1.6배나 많고 속껍질에 뇌중풍과 천식을 예방하는 헤스페리딘 성분이 풍부하다. 수확한 뒤 2주일 이상 숙성하면 산도가 낮아지고 단맛이 강해진다.

한라봉의 당도는 13브릭스(Brix) 이상이 돼야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일반 감귤(8∼11Brix)보다 달콤한 맛이 강하다.

한라봉은 고급 선물용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지만 일부 상품성이 떨어지는 제품이 인터넷 등에서 유통돼 문제가 되고 있다. 좋은 한라봉을 고르는 방법으로 껍질에 주름이 많은 것은 신맛이 강할 수 있어 피해야 한다. 손으로 들었을 때 묵직한 느낌이 들고 위아래로 타원형인 것을 선택하는 게 좋다.

한라봉이 제주를 대표하는 과일로 자리 잡은 건 1972년. 일본 농림수산성 과수시험장에서 귤나무의 접목으로 탄생시킨 교잡종이다. 1980년대 후반 한 농민이 들여오면서 알려졌으며 1991년 제주도농업기술원이 공식 연구에 나섰다. 이전까지는 일본 명칭인 ‘부지화’ ‘데코봉’ 등으로 불렸지만 1998년 한라봉으로 제 이름을 얻었다. 꼭지 모양이 한라산 백록담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것.

한라봉의 재배면적은 1995년 6.5ha에서 지난해 1326ha로 크게 늘었다. 생산량은 연간 약 3만6000t. 한라봉은 뿌리가 든든한 탱자나무나 수입 대목(臺木·접목할 때 뿌리 쪽을 남기는 나무)인 ‘스윙글’ 등에 가지를 접붙여 재배한다. 제주도농업기술원 손명수 기술지원조정과장은 “한라봉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재배하려는 농민도 증가하는 추세”라며 “한라봉 돌연변이 가지를 활용해 당도가 높고 재배가 쉬운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한라봉#상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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