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발표된 청와대 인선의 가장 큰 특징은 대통령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 3명이 모두 성균관대 출신이라는 점이다. 이처럼 특정 사립대학 출신이 청와대 주요직을 싹쓸이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고·소·영 내각’(고려대·소망교회·영남)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이명박 정부에서도 청와대 초대 인선에서 고려대 출신 수석비서관은 2명에 불과했다.
각료 인선을 포함하면 ‘박근혜 정부’의 국무총리와 비서실장, 법무부 장관 및 민정수석이 모두 법대 동문으로 채워지는 셈이어서 국정운영의 기본 원리인 ‘견제와 균형’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 ‘성대 전성시대’
18일 오전 윤창중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이 청와대 주요직 인선을 발표하자 기자들 사이에서는 ‘성균관대가 왕립대가 됐다’는 말이 나왔다.
내각에서는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법대 63)와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법대 77)가 같은 과 선후배 사이다. 정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경우 내각의 수장인 국무총리와 청와대의 수장인 비서실장이 동문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 황 후보자도 청문회를 통과할 경우 대통령 친인척을 관리하고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를 감시하는 민정수석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중시하는 법질서 확립을 책임질 법무부 장관까지 모두 ‘성균관대 법대 라인’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 때문에 ‘정권의 도덕성을 특정 대학에 맡기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 朴 당선인은 성균관대와 별다른 인연 없어
현재까지 발표된 내각 및 청와대 인선은 모두 24명. 이 중 성균관대 출신은 6명이다. 서울대(7명)에 이어 2위로 두 대학을 합치면 절반을 넘는다.
하지만 정작 박 당선인은 성균관대와 별다른 인연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벌써 세간에는 ‘정홍원 총리 후보자가 법대 후배들을 챙긴 것’, ‘인수위 총괄간사인 유민봉 내정자가 청와대에 성균관대 인맥을 구축한 것’이라는 등 근거 없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이번에 발탁된 성균관대 출신 인사 중 허태열 이남기 내정자와 황교안 후보자는 각각 국회 동문회장, 언론인회장, 법대 동창회장 등을 지내는 등 동문회 활동에 열성적으로 참여하는 인사들로 분류된다. 황 후보자는 이달 초 발간된 동창회보에서 “(동창회에서는) 합리보다 정(情)이 우선한다. 어떤 면에서는 제2의 가족과 같다”며 소속감을 과시했다.
그 밖에 인수위원 중에서는 선거 기간 박 당선인의 정책 메시지를 총괄한 안종범 고용복지분과 위원(경제 77)과 모철민 여성문화분과 간사(경영 78)가 성균관 인맥이어서 향후 후속 인선에 따라 ‘성균관 라인’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성균관대 출신이 과도하다는 지적과 함께 지금까지 발표된 인선에서 고시 출신이 절반을 넘고 경기고 졸업생이 많다는 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고·소·영 내각’에 빗대 ‘성·시·경(성균관대·고시·경기고) 내각’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 위스콘신 인맥도 각광, 서강대는 울상
박근혜 정부의 또 다른 핵심 인맥으로 미국 위스콘신대 출신을 거론하는 이도 많다.
허태열 내정자는 위스콘신대에서 공공정책학 석사를 받았으며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사회학 박사,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는 법학 박사를 받았다. 친박(親朴) 핵심그룹에서는 새누리당 최경환 강석훈 안종범 유승민 의원이 위스콘신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아 ‘위스콘신 4인방’으로 불린다. 최 의원은 위스콘신대 한국 동문회장이며 강 의원은 부회장이다.
반면 박 당선인이 졸업한 서강대 출신 중에는 내각과 청와대 주요 인선에 포함된 인사가 아직 한 명도 없다. 서강대는 1960년 개교 이후 반세기 넘게 장관을 한 명도 배출하지 못 했다. 서강대 관계자는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이 서강대를 나왔지만 육사 출신으로 위탁교육을 받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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