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에 조원동 조세연구원 원장(57)이 내정되면서 박근혜 정부의 ‘1기 경제팀’ 진용이 갖춰졌다. 관가 안팎에서는 거시경제정책 전문가들이 경제부총리와 경제수석으로 기용됨에 따라 청와대, 기획재정부가 경제의 큰 틀을 짜고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실무 부처들이 정책을 이행하는 ‘역할 분담’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 경제수석 내정자는 경제정책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발군의 능력을 보여 온 ‘거시정책통’이다.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23회로 공직에 입문해 재정경제부 정책조정심의관, 경제정책국장, 차관보 등을 거쳤다.
현오석 부총리 후보자의 경기고-서울대 후배이자 고시 기수로는 9년 후배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 밑에서 ‘빅딜’로 불리는 대기업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2009년부터 국무총리실 사무차장을 맡으면서 세종시 실무기획단장으로 세종시 수정안을 추진했다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반대로 무산됐다.
부총리와 경제수석이 모두 옛 경제기획원(EPB) 출신이라는 점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이른바 ‘모피아’라 불리는 옛 재무부 출신들이 이명박 정부 경제팀에 다수 기용된 것과 대조적이다. 기획원 출신들은 과거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수립과 예산 편성을 맡으면서 큰 그림을 그리는 기획능력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이른바 ‘혁신’을 강하게 추진하던 노무현 정부 때 기획원 출신들이 대거 중용된 것도 기존 경제시스템을 뒤흔들 기획능력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박 당선인이 기획원 출신들을 기용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경제위기 극복, 물가안정 등 미시정책에 집중한 이명박 정부와 차별화하면서 ‘경제민주화’ ‘복지확대’ 등을 중심에 놓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수립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경제부처의 고위 관계자는 “물가, 산업진흥 등은 실무 부처에 맡기고 청와대와 재정부는 국가 비전의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집중하라는 당선인의 의중이 담긴 것”이라고 해석했다. 당선인이 ‘창조경제’ ‘미래비전’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그렇지만 한국 경제가 당면한 현실은 중장기 비전만 강조하기엔 만만찮은 상황이다. 7분기 연속 0%대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있어 경기부양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현 부총리 후보자와 마찬가지로 조 내정자 역시 추가경정예산의 필요성을 줄곧 주장해 왔다. 조 내정자는 최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경기회복을 위해 추경이 필요할 수 있다”며 “다만 추경을 한다면 복지 등 지속적으로 돈이 나갈 분야가 아니라 경기부양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지출 급증에 따른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에 대응하는 것도 새 경제팀의 과제다. 조 내정자는 지난해 조세연구원 세미나에서 “재정개혁을 통해 마련할 수 있는 재원은 10조 원가량”이라며 “그 이상을 쓰려면 증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당선인이 증세 없이 마련하겠다고 공언한 연간 27조 원의 3분의 1 수준. 또 그는 과도한 복지재원 확대 등을 경계하기 위해 ‘재정준칙’ 도입의 필요성도 강조해 왔다. 현 후보자도 줄곧 보편적 복지에 부정적 견해를 보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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