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열 대통령비서실장 내정자가 박사학위 논문을 내면서 이전에 발표된 한 사립대 교수의 논문을 복사하는 수준으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9일 동아일보-채널A 공동취재팀의 취재 결과 허 내정자는 1999년 건국대 행정대학원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정책결정 참여자 간 네트워크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논문은 연세대 행정학과 이종수 교수가 1996년 한국행정학보에 실은 논문 ‘지방정책에 대한 이론모형의 개발과 실증적 적용’과 거의 모든 내용이 일치했다. 두 논문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정책결정 과정이 이뤄지는 구조를 주제로 다뤘다.
허 내정자는 우선 전체 13쪽 분량의 원문 가운데 6쪽을 토씨까지 그대로 표절했다. 허 내정자는 자신의 논문 37∼46쪽에서 정책결정 참여자를 항목별로 설명하면서 이 교수 논문 2∼7쪽 부분을 고스란히 베꼈다. 원문의 ‘이념적 리더십’을 ‘정치적 리더십’으로 바꿔 쓴 것 외엔 단 한 글자도 다르지 않았다.
이 교수가 논문에서 독자 개발한 ‘지방정책의 결정에 대한 3차원 모형’(7쪽)도 허 내정자 논문(50쪽)에 영문이 한글로만 바뀌어 실려 있다. 허 내정자는 이 모형을 토대로 논의를 전개해 이 교수와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
허 내정자는 연구 결과의 시사점과 한계까지 이 교수 것을 표절했다. “정책 연구의 객관적 틀을 제시했지만 구체적인 정책영역으로 분석대상을 좁혀야 한다”는 이 교수의 자평까지도 일부 표현만 바꿔 썼다. 13쪽 분량인 이 교수 논문을 허 내정자가 106쪽으로 늘려 쓴 것에 불과할 정도로 심각한 표절이 이뤄졌지만, 허 내정자는 이 교수 논문을 참고문헌으로도 표시하지 않았다.
두 논문을 비교해본 전문가들은 “박사 논문에서 이 정도 표절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의 한 사립대 A 교수는 “원문의 상당 부분을 베끼고 논문의 핵심인 연구 방법론까지 옮겨와 결론까지 똑같이 맺은 건 명백히 다른 학자의 아이디어를 훔친 것”이라며 “일반 대학원생이라면 학위 취소 사유가 되고 논문 지도에 관여했던 교수도 전부 징계를 받아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허 내정자는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1995∼1999년 충북도지사와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여당의 지구당 위원장과 국책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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