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3차 핵실험 후 미국 의회가 이란에 적용하고 있는 제재인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으로 북한의 금융거래를 봉쇄하는 고강도 제재 법안을 추진 중이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제재 명단에 올라 있는 북한의 기업이나 단체, 개인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에 미국 금융기관과의 거래를 금지하고 미국에서 영업할 수 없도록 하는 조치다.
에드 로이스 미 하원 외교위원장(공화·캘리포니아)은 다음 주 이 같은 내용의 입법안을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미 언론이 19일 보도했다. 미 의회의 대표적 지한파인 로이스 위원장은 이달 초 하원 외교위원회 대표단을 이끌고 방한해 정부 관계자, 정치권 인사들과 만나 강력한 대북 제재 방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일명 ‘에드 로이스 법안’이 통과되면 2005년 미국이 시행했던 ‘방코델타아시아(BDA) 방식’의 대북 금융 제재보다 수십 배의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BDA 제재가 금융기관 한 곳만을 특정했다면 세컨더리 보이콧은 기본조건을 위배하기만 하면 직·간접적으로 북한과 거래하는 기업 단체 개인이 모두 제재 대상에 포함된다.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을 처음 적용한 국가는 이란이다. 1996년부터 ‘이란제재법’을 시행해온 미국은 제재 효과가 크지 않자 2010년 이란과 거래하는 외국 기업까지 포함시켜 이들의 미국 내 외환시장 및 은행 시스템 접근과 자산거래를 금지하는 ‘포괄적 이란제재법’을 시행했다. 이 법은 △이란 정부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지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 △관련 자금세탁에 종사 △이란 중앙은행과 금융기관의 유사활동을 돕는 행위 △이란혁명수비대와 관련 기관 협조 등 다섯 가지 조건에 해당하면 제3국 기업이라도 미국 금융기관과의 거래를 금지했다. 우리나라도 이 법 때문에 2010년 국내 금융기관들이 이란 멜리트은행과 이란산 원유수입 대금결제를 끊은 바 있다. 제재 대상인 이란의 기업 단체 개인은 매년 미국 재무부가 리스트를 업데이트해 발표한다.
미 의회에서 추진되는 세컨더리 보이콧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대북 제재 결의안 추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행정명령 방식의 북한 제재와 맞물린 삼각 제재로 볼 수 있다. 중국이 유엔의 대북 제재안에 동의하지 않을 것에 대비한 강력한 제재 조치다.
지금까지 국제사회가 WMD 개발과 관련해 제재를 가하는 방식 중 이란에 적용하는 ‘포괄적 이란제재법’이 가장 강력하다. ‘에드 로이스 법안’이 통과되면 이와 유사한 수준의 ‘포괄적 북한제재법’이 만들어진다는 의미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인이었던 조지 로페즈 노터데임대 교수(국제관계학)는 최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세컨더리 보이콧으로 핵개발 커넥션 의혹을 받고 있는 북한과 이란의 국제적 고립은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세컨더리 보이콧 ::
북한과 거래하는 자국 기업 제재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제3국 기업까지 제재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식. 현재 미국이 이란 제재에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관련된 북한의 모든 자금 흐름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한 조치다. 미국 금융기관과의 거래가 차단되면 90% 이상의 국제 거래에 쓰이는 달러화 결제가 불가능해져 북한과의 거래를 끊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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