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여객선터미널 앞 식당골목/다닥다닥 붙은 상점들 사이/우리처럼 알음알음 찾아온 객이/열 개 남짓한 식탁을 다 차지한/자그마한 밥집 분소식당에서 뜨거운 김 솟는/국물이 끝내준다는 도다리쑥국을 먹는다…(중략) 탕탕 잘라 넣은 도다리가/살큼 익은 쑥의 향을 따라 혀끝에서 녹는/통영의 봄 맛….’ 배한봉의 시 ‘통영의 봄은 맛있다’ 중에서
“토영(통영) 도다리는 뼈가 연하고 살도 통통하지. 새 쑥하고는 찰떡궁합인기라.”
21일 경남 통영시 정량동 한산섬 식당에서 도다리 쑥국을 끓이던 김순선 할머니(73)는 “봄 도다리를 넣어서 끓이는 쑥국은 별미 중의 별미이자 보양식”이라고 자랑했다. 섬이 570개나 돼 ‘바다의 땅’으로 불리는 통영. 쪽빛 바다가 아름다운 통영의 봄은 도다리와 함께 온다고들 한다.
봄 도다리 때문에 유명해졌는지, 겨우내 추위를 이겨내고 땅을 ‘쑤∼욱’ 뚫고 올라온 쑥이 명성을 더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아무튼 요즘 통영항 주변 식당은 도다리 쑥국 냄새가 가득하다. 회사원 박철현 씨(46)는 “도다리 쑥국은 쑥 향이 생선 비린 맛을 없애주고 국물이 개운해 숙취가 말끔히 풀린다”며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도다리 쑥국의 조리법은 간단한 편이다. 육수는 식당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대체로 맹물을 쓰지만 무와 다시마 대파를 끓여 만든 육수를 쓰기도 한다. 쌀뜨물에 된장을 푸는 곳도 있다. 통영시 서호동 분소식당, 항남동 수정식당 등에서는 맑은 물에 무를 넣고 끓이다 도다리를 함께 익힌 뒤 다진 마늘을 곁들이고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쑥은 도다리가 완전히 익은 뒤 넣는 것이 원칙. 쑥이 너무 많이 익으면 향이 사라지고 색도 노랗게 변하기 때문이다. 질겨지는 단점도 있다.
한산섬 식당 이정재 사장(50)은 “도다리 쑥국의 맛은 도다리와 선도(蘚度)가 좌우한다”고 말했다. 도다리는 제주바다에서 산란을 끝내고 남해안으로 돌아와 살이 오동통 오른 자연산을 최고로 친다. 가자밋과에 속하는 도다리는 넙치(광어)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양식을 하지는 않는다. 통영시 관계자는 “도다리는 현재 kg당 1만5000원 선이지만 소비가 늘어나는 3월에는 2만 원 이상으로 가격이 오른다”라고 말했다. 쑥은 매물도와 욕지도, 사량도, 한산도 등 남해안 섬에서 해풍을 맞고 자란 ‘자연산’이 제격이다. 논두렁 밭두렁에서 자란 쑥은 1kg에 3만 원 선. 도다리 쑥국의 맛은 복잡하지 않다. 통영시 항남동에서 30년 넘게 수정식당을 운영하는 윤도수 씨는 “도다리 쑥국의 맛은 심오함보다 담백함 그 자체”라고 말했다.
봄철에 통영을 찾는 관광객들은 앞다퉈 도다리 쑥국을 찾는다. 통영항 주변 식당들은 대부분 도다리 쑥국을 끓인다. 멸치 젓갈과 시금치, 파래무침 등 밑반찬도 맛깔스럽게 나온다.
거제시 고현동과 사등면, 둔덕면은 물론이고 사천시 서동, 남해 삼동 등지에서도 맛볼 수 있다. 한 그릇 가격은 대부분 1만2000원. 도다리 쑥국의 ‘명성’이 전국으로 퍼지면서 경기, 경북 등지에도 식당이 하나둘 생기고 있다. 서울 중구와 구로구, 서초구, 강남구 등에도 도다리 쑥국을 요리하는 식당이 생겼다.
한국국제대 외식조리학과 황영정 교수는 “단백질 함량이 많은 도다리에다 무기질과 비타민이 풍부하고 향긋한 냄새가 나는 쑥을 넣고 끓인 도다리 쑥국은 담백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일 뿐 아니라 기력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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