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주부 김모 씨(37)는 1주일 앞으로 다가온 딸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도우미를 구하느라 바쁘다. 출근시간이 이른 김 씨는 딸을 학교에 데려다 주기 힘들다.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는 셔틀버스가 집 근처까지 왔지만 학교는 걸어 다닐 수밖에 없다.
험한 일이 자주 일어나니 딸아이 혼자 등하교하는 게 불안해서 도우미의 손을 빌리기로 했다. 김 씨는 “등하교 때 아이와 함께할 분이 필요한데 시간이 어정쩡해서인지 구하기 어렵다.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하면서 직장을 그만두는 엄마가 많다는 얘기를 실감한다”고 말했다.
최근 인터넷 카페에서는 김 씨처럼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워킹맘이 사직까지 고민한다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등하교는 물론이고 학교행사 날짜 확인, 방과 후 스케줄 문의 같은 일을 워킹맘이 혼자서 하기 힘들다는 사정도 쉼 없이 올라온다.
“입학식, 학부모총회, 공개수업, 운동회…. 학부모가 참여해야 하는 행사가 다 평일 낮이다. 참석하려면 직장에 눈치 봐 가면서 반차를 내야 한다.” “입학하고 첫 주는 ‘적응기간’이라며 점심도 안 먹고 온다고 한다. 그동안 아이 점심 챙겨주실 분도 구해야 한다. 유치원에서도 점심 먹고 오후에 왔는데 따로 적응이 필요한지….”
무엇보다 워킹맘은 종일반을 운영하던 어린이집, 유치원과 달리 초등학생 아이를 맡겨둘 곳이 마땅치 않다. 아이디 ojp0010을 쓰는 주부 A 씨는 “돌봄교실 인원이 한정돼 들어가기도 어렵다. 운 좋게 들어가도 아이들이 거의 없는 학교에 내내 두는 게 안쓰럽기도 하고…. 차라리 학원 뺑뺑이를 돌리는 게 낫겠다 싶어 학교 근처에 있는 영어 피아노 미술학원에 등록했다”고 말했다. 아이디가 anniekim인 맞벌이 엄마는 “방학이 연간 10주나 된다. 종일 누구한테 맡겨야 할지, 어떻게 스케줄을 짜줘야 할지 멘붕이다”라고 호소했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지역별 고용조사’에서도 여성의 주요 경력 단절 사유로 결혼, 임신·출산과 더불어 초등학생의 자녀교육이 꼽혔다. 여성이 경력을 쌓아가는 데 맞닥뜨리는 다섯 고비로 ①결혼 ②첫째 출산 ③둘째 출산 ④첫애 초등 입학 ⑤첫애 4학년 진급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실제로 학기 초부터 형성되는 전업주부 엄마들의 모임에 워킹맘은 끼기 어렵다. 그러다 보면 정보에 뒤처지고 자기 아이만 도태된다는 생각에 초조해하다가 퇴직을 결심하기 쉽다. 문제는 중간관리직 등 중추적 역할을 하는 워킹맘은 경력이 끊어지면 재진입이 어렵다는 점. 공공기관이든 민간기업이든 고위직 여성 인재가 적은 이유다.
오은진 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보육 위주였던 취학 전과 달리 자녀가 학교 교육과정에 들어가면 엄마의 책임이 본격적으로 커진다. 교육에서 엄마의 정보력이 중요한 현실이 워킹맘의 경력 단절을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댓글 0